개별 채권에 붙는 세금은 이자에만 붙는다. 이자소득에는 15.4%(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가 원천징수되지만, 싸게 사서 액면가로 상환받으며 생긴 차익에는 세금이 없다. 한국경제는 채권의 매매차익이 과세 대상에서 빠져 있어 이자 부분만 과세된다고 정리한다. 그래서 세전 수익률이 똑같은 두 채권이라도 표면금리가 낮은 쪽이 세후로는 더 남는다.
액면 1,000만원·잔존 3년·세전 만기수익률 3.5%로 조건을 맞춘 두 채권을 계산하면 세후 연수익률이 3.26%와 2.89%로 갈린다. 0.37%p 차이다. 표면금리 1.5%짜리와 4.0%짜리를 같은 자리에 놓고 세후 현금흐름을 따라가면 그 격차가 어디서 생기는지 드러난다.

세금은 표면금리에만 붙는다
채권 수익은 두 갈래로 들어온다. 하나는 발행 때 정해진 표면금리(쿠폰)에 따라 정기적으로 받는 이자, 다른 하나는 매입가와 매도가(또는 만기 상환액)의 차이다. 토스뱅크의 정리에 따르면 개별 채권에서 이자는 15.4%로 원천징수되고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세 기준이 실제 수익률이 아니라 액면에 곱한 표면금리라는 점이다. 액면 1,000만원짜리 표면금리 1.5% 채권을 940만원에 샀든 1,050만원에 샀든, 해마다 과세되는 이자소득은 15만원으로 같다. 매입가가 싸서 생긴 초과 수익은 상환 시점에 차익으로 들어오고, 그 부분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래서 저금리 시기에 발행돼 표면금리가 낮게 고정된 국채가 절세 목적으로 거론된다. 한국경제는 2025년 2월 기준 개인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으로 2020년 연 1.5%로 발행된 30년 만기 국고01500-5003(20-2)을 꼽았고, 표면금리 1.125%인 국고(19-06)도 같은 이유로 거론됐다고 전했다. 같은 기사에서 개인의 채권 순매수는 5조5,734억원으로 유가증권·코스닥 순매수액 3조1,650억원을 76.1% 웃돌았다.
다만 이 구조는 개별 채권을 직접 보유할 때의 이야기다. 채권형 ETF는 보유기간 과세가 적용돼 분배금과 매매차익 모두에 15.4%가 붙는다. 같은 채권을 담고 있어도 그릇이 다르면 세금 계산이 달라진다.

세전 3.5%로 같은 두 채권, 세후는 얼마나 갈리나
조건을 맞춰 계산해 본다. 액면 1,000만원, 잔존 만기 3년, 연 1회 이자 지급, 세전 만기수익률(YTM)은 둘 다 3.5%로 같다고 두자. 이 조건에서 이론가격은 표면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 표면금리 1.5% 채권: 매입가 943만9,700원(액면 대비 94.40%) — 만기에 1,000만원을 받으므로 상환차익 56만300원
- 표면금리 4.0% 채권: 매입가 1,014만100원(액면 대비 101.40%) — 만기에 1,000만원을 받으므로 상환차손 14만100원
이자에서 15.4%를 떼고 남은 현금흐름을 3년치 쌓으면 다음과 같다.
| 항목 | 표면금리 1.5% | 표면금리 4.0% |
|---|---|---|
| 매입가(액면 1,000만원) | 9,439,700원 | 10,140,100원 |
| 연 이자(세전) | 150,000원 | 400,000원 |
| 연 이자소득세 15.4% | 23,100원 | 61,600원 |
| 연 이자(세후) | 126,900원 | 338,400원 |
| 3년 세후 이자 합계 | 380,700원 | 1,015,200원 |
| 만기 상환 차손익(비과세) | +560,300원 | -140,100원 |
| 3년 세후 총이익 | 941,000원 | 875,100원 |
| 세후 연환산 수익률 | 3.26% | 2.89% |
세전 3.5%로 동일하게 출발했는데 세후 총이익은 6만5,900원, 연환산으로는 0.37%p 벌어진다. 원인은 단순하다. 표면금리 4.0% 채권은 3년간 이자에 18만4,800원의 세금을 내는 반면 1.5% 채권은 6만9,300원만 낸다. 세금이 붙지 않는 상환차익 쪽으로 수익이 옮겨간 만큼 세후가 두꺼워진 것이다.
세전 수익률이 같다면 세금은 표면금리가 낮은 쪽 편이다. 문제는 그 전제가 실제 호가창에서 성립하는지다.
세후 연환산 수익률은 세후 현금흐름의 내부수익률(IRR)로 구했다. 표면금리 1.5% 채권의 현금흐름은 -943만9,700원 / +12만6,900원 / +12만6,900원 / +1,012만6,900원이고, 이 흐름을 0으로 만드는 할인율이 3.26%다. 같은 방식으로 4.0% 채권은 2.89%가 나온다. 이자를 다시 굴린다고 가정하지 않은 값이므로, 재투자까지 넣으면 이자가 많은 쪽의 불리함이 조금 줄어든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만기보유 세후 비교와 함께 보면 상품별로 세금이 붙는 자리가 어떻게 다른지 정리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2000만원, 표면금리가 도달 속도를 정한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종합과세된다. KB의 설명대로 15.4% 원천징수로 끝나던 세금이 누진세율 구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때 합산되는 금액은 채권 평가이익이 아니라 실제로 지급받은 이자다. 매매차익은 비과세라 애초에 합산 대상이 아니다.
투자금 1억원을 위와 같은 조건(잔존 3년, 세전 YTM 3.5%)의 채권에 넣었을 때, 표면금리별로 해마다 잡히는 과세 이자소득을 계산하면 이렇게 벌어진다. 매입가가 액면보다 싸면 같은 1억원으로 더 많은 액면을 살 수 있다는 점까지 반영한 값이다.
| 표면금리 | 매입 가능 액면(원) | 연 과세 이자소득(원) | 연 이자소득세 15.4%(원) | 2,000만원 한도 소진율 |
|---|---|---|---|---|
| 1.0% | 107,531,000 | 1,075,300 | 165,600 | 5.4% |
| 1.5% | 105,935,000 | 1,589,000 | 244,700 | 7.9% |
| 2.75% | 102,146,000 | 2,809,000 | 432,600 | 14.0% |
| 4.0% | 98,618,000 | 3,944,700 | 607,500 | 19.7% |
같은 1억원, 같은 세전 수익률인데 종합과세 한도를 갉아먹는 속도는 3.6배 차이가 난다. 표면금리 4.0% 채권으로 채운 사람은 그 한 종목만으로 한도의 5분의 1을 쓰지만, 1.0% 채권은 5.4%만 쓴다. 예금 이자나 배당이 이미 상당한 사람에게는 이 차이가 세후 수익률 0.37%p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이 계산이 뒤집히는 조건
위 계산은 세전 YTM이 같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현실에서 이 가정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 절세 수요가 저쿠폰 종목에 몰리면 가격이 올라 세전 YTM이 다른 종목보다 낮게 형성된다. 세금에서 번 것을 가격에서 미리 내주는 셈이다. 매입 전에 확인할 것은 표면금리가 아니라 같은 잔존만기 종목들과 비교한 세전 YTM 격차다.
두 번째는 금리 방향이다.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듀레이션이 길어 같은 금리 변동에 가격이 더 크게 움직인다. 만기까지 들고 갈 계획이라면 중간 가격은 상관없지만, 중도 매도 가능성이 있으면 이 민감도가 그대로 손익이 된다. 듀레이션으로 가격 변동폭을 환산하는 방법을 먼저 계산해 두는 편이 낫다.
세 번째는 손실의 비대칭이다. 매매차익이 비과세라는 말은 매매차손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식처럼 다른 소득과 통산해 세금을 줄이는 길이 없다. 네 번째는 그릇의 문제로, 앞서 본 것처럼 채권형 ETF나 채권 펀드는 자본차익까지 과세되므로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고 금융소득이 적은 사람이라면 절세 효과는 15.4% 원천징수 차이에 그친다. 이 경우 저쿠폰 종목의 낮은 유동성과 넓은 호가 스프레드가 세금에서 아낀 금액을 상쇄할 수 있다.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세전 YTM 격차 — 후보 종목과 같은 잔존만기의 일반 종목을 나란히 놓고 세전 YTM 차이를 먼저 확인한다. 격차가 0.3%p 이상 벌어져 있으면 절세 효과를 이미 반납한 구간일 수 있다
- 본인의 연간 금융소득 총액 — 2,000만원 한도까지 남은 여유가 얼마인지가 저쿠폰 구조의 실익을 좌우한다
- 보유 예정 기간 — 만기 보유가 아니면 듀레이션 민감도를 별도로 계산한다
- 매입 단가와 액면의 괴리 — 액면 대비 몇 %에 사는지가 비과세로 넘어가는 수익의 크기를 정한다
- 장내 호가 스프레드와 거래량 — 중도 매도 가능성이 있다면 스프레드가 세후 이득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계산한다
- 상품 형태 — 개별 채권인지 ETF·펀드인지에 따라 매매차익 과세 여부가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