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듀레이션이 6.5년인 채권은 시장금리가 1%포인트 내리면 가격이 약 6.5% 오르고, 1%포인트 오르면 약 6.5% 떨어진다. 상품명에 붙은 ‘10년’이라는 만기 표기는 이 숫자를 알려주지 않는다. 금리가 움직일 때 내 채권값이 얼마나 흔들릴지 정하는 것은 만기가 아니라 듀레이션이다.

듀레이션은 위키백과의 정의로는 채권 현금흐름의 가중평균 만기이자 이자율 변화에 대한 가격 민감도 척도다. 1938년 프레더릭 매콜리가 고안했고, 이를 (1+r)로 나눈 값이 수정듀레이션이다. 만기·표면금리·시장금리 세 가지가 이 숫자를 결정한다. 채권형 상품을 고를 때 만기 대신 듀레이션을 먼저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른 아침 서울 아파트 식탁에서 커피잔을 든 채 생각에 잠긴 중년 남성

같은 만기인데 듀레이션이 다른 이유

듀레이션이 만기보다 짧은 것은 중간에 받는 이자 때문이다. 표면금리 8%짜리 3년 만기 채권은 원금을 3년 뒤 한 번에 받는 것이 아니라 1년 차와 2년 차에 이자를 먼저 회수한다. 쿼터백자산운용이 예로 든 이 채권의 듀레이션은 2.78년으로 만기 3년보다 짧다.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 할인채(제로쿠폰)만이 듀레이션과 만기가 정확히 같다.

표면금리가 높을수록 회수가 앞당겨지므로 듀레이션은 짧아진다. 시장금리 8%를 가정하고 만기 3년 채권의 표면금리만 바꿔가며 맥컬리 듀레이션과 수정듀레이션을 직접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현금흐름을 각각 8%로 할인해 현재가치 비중을 구하고, 그 비중으로 연차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표면금리(%)맥컬리 듀레이션(년)수정듀레이션(년)금리 1%p 상승 시 가격(%)
0 (할인채)3.0002.778-2.78
32.9072.691-2.69
52.8532.642-2.64
82.7832.577-2.58
122.7052.505-2.51

만기는 다섯 줄 모두 3년으로 같은데 가격 민감도는 2.78%에서 2.51%까지 벌어진다. 0.27%포인트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이것은 만기 3년짜리라 폭이 작을 뿐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같은 논리가 몇 배로 증폭된다.

만기는 언제 끝나는지를 말하고, 듀레이션은 그때까지 얼마나 흔들릴지를 말한다.

한쪽에 큰 추 하나가 올라가 기울어진 황동 저울의 접사

금리 1%p에 내 채권은 몇 % 움직이나

실무에서 쓰는 근사식은 단순하다. 가격 변동률 ≈ -수정듀레이션 × 금리 변동폭. 부호가 마이너스인 것은 금리와 채권가격이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쿼터백자산운용은 듀레이션 2.735인 채권에서 시장금리가 10%에서 11%로 오를 때 가격이 약 2.49% 하락한다고 계산했다.

이 식에 듀레이션과 금리 변동폭을 대입해 표로 만들면, 상품 유형별로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하는지가 한눈에 잡힌다. 아래는 대표적인 듀레이션 구간에 금리 변동폭 네 가지를 교차시켜 직접 계산한 값이다.

수정듀레이션(년)금리 -1.0%p금리 -0.5%p금리 +0.5%p금리 +1.0%p
2 (단기채)+2.0%+1.0%-1.0%-2.0%
4.5 (중기채)+4.5%+2.3%-2.3%-4.5%
6.5 (국고채 10년형)+6.5%+3.3%-3.3%-6.5%
9+9.0%+4.5%-4.5%-9.0%
17 (초장기 국채형)+17.0%+8.5%-8.5%-17.0%

표의 오른쪽 두 열이 이 계산의 핵심이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초장기 채권에 들어간 사람은 왼쪽 두 열만 본다. 그런데 같은 상품은 금리가 반대로 0.5%포인트만 움직여도 8.5% 손실 구간에 들어간다. 듀레이션은 수익 배율인 동시에 손실 배율이다. 만기까지 들고 가면 표면금리가 확정되는 개인투자용 국채와 중도에 사고파는 채권형 상품이 갈리는 지점도 여기다. 만기 보유는 이 표를 볼 필요가 없고, 중도 매도는 이 표가 전부다.

밤에 모눈종이 위에 손을 올린 채 계산을 멈춘 손 클로즈업

근사식이 틀리는 구간 — 볼록성

이 식은 어디까지나 근사다. 실제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는 직선이 아니라 아래로 볼록한 곡선이고, 이 휘어짐을 볼록성(컨벡시티)이라고 부른다. 곡선이 볼록하다는 것은 금리가 내릴 때의 가격 상승폭이 직선 근사보다 크고, 금리가 오를 때의 하락폭은 직선 근사보다 작다는 뜻이다.

따라서 위의 표는 금리 변동폭이 0.25~0.5%포인트 수준일 때 실무적으로 쓸 만하고, 1%포인트를 크게 넘어가면 오차가 눈에 띄게 커진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볼록성도 커지므로 오차의 절대 크기 역시 초장기 구간에서 가장 크다. 금리 급변 국면에서 “계산보다 덜 빠졌다”거나 “계산보다 더 올랐다”는 체감이 생기는 것은 이 곡률 때문이다.

과거 인하 국면에서 실제로 얼마나 갈렸나

이론값이 아니라 실현된 수익률로도 같은 구조가 확인된다. 이코노미스트는 2007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의 금리 인하 시기에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41.4%, 10년물이 23.8%였다고 정리했다. 같은 국채인데 만기 구간만 달랐을 뿐 성적이 1.7배 넘게 벌어졌다.

같은 기사는 국내 채권형 상품을 고를 때도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하락기의 가격 상승폭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대로 말하면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늦춰지거나 뒤집히는 순간, 이 배율은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 전망이 틀리는 조건은 명확하다. 인하 폭이 시장에 이미 반영된 것보다 작거나,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뒤로 밀리거나, 재정 확대로 장기물 공급이 늘어 장기 구간 금리가 정책금리와 따로 움직이는 경우다. 세 가지 모두 단기 듀레이션에는 거의 영향이 없고 장기 듀레이션만 정면으로 때린다.

블루아워에 촬영한 서울 외곽 아파트 단지와 차량 궤적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상품의 듀레이션 숫자 — 이름에 붙은 만기가 아니라 운용보고서·상품설명서에 적힌 듀레이션(또는 평균 잔존만기와 함께 표기된 값)을 확인한다.
  • 보유 기간과 듀레이션의 관계 — 만기 보유 계획이면 가격 변동은 회계상 숫자일 뿐이고, 중도 환매 가능성이 있으면 위의 표가 그대로 손익이 된다.
  • 금리 변동폭의 현실적 범위 — 0.25%포인트 단위로 움직이는 정책금리와, 그와 따로 노는 장기물 금리를 구분해서 본다.
  • 단기물과 장기물의 금리 차 — 장단기 스프레드가 좁혀지는지 벌어지는지에 따라 같은 인하에도 장기 듀레이션의 성적이 달라진다.
  • 가격 외 비용 — 채권형 상품은 시장가와 순자산가치의 괴리율·추적오차가 듀레이션 계산과 별개로 실현 수익을 깎는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