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레이션이 17년인 채권 ETF는 시장금리가 1%p 오르면 가격이 약 17% 내린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올해 초 3.255%에서 9월 11일 4.714%로 1.459%p 올랐고, 같은 기간 30년 국고채 ETF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아시아투데이 집계 기준 평균 -25.39%였다.

안전자산이라는 이름과 두 자릿수 손실 사이의 거리는 상품의 성격이 아니라 듀레이션이라는 숫자 하나가 만든다. 같은 ‘국고채 30년’을 담아도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는 -34.57%, KIWOOM 국고채30년액티브는 -21.35%로 13%p 넘게 갈렸다. 이름이 아니라 듀레이션이 다르기 때문이다.

듀레이션은 상품 설명서 어딘가에 적힌 장식용 숫자가 아니라, 금리가 얼마 움직일 때 내 계좌가 얼마 흔들리는지를 미리 계산해주는 유일한 입력값이다.

금리 1%p에 가격이 몇 % 움직이나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으로, 이자와 원금의 현재가치를 반영한 가중평균 만기다. 만기가 길수록 커지고, 중간에 받는 이자가 많을수록 짧아진다.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 할인채·스트립채는 듀레이션이 만기와 거의 같아진다고 한국투자증권은 정리한다.

가격 민감도 계산식은 쿼터백자산운용이 제시한 형태가 표준이다.

가격 변동률 = -듀레이션 × 금리 변동폭 ÷ (1 + 시장금리)

시장금리가 10%에서 11%로 1%p 오를 때 듀레이션 2.735년인 채권은 -2.735 × 0.01 ÷ 1.1 = -0.0249, 즉 2.49% 하락한다. 분모의 (1+r)로 나누는 과정을 미리 반영해둔 값이 수정듀레이션이고, 실무에서는 수정듀레이션에 금리 변동폭만 곱해 쓴다. 금리가 4~5% 구간이면 분모 보정이 5% 안쪽이라 “듀레이션 × 금리 변동폭”이라는 암산이 실전에서 충분히 맞는다.

책상 위 자와 연필, 모눈종이 클로즈업

이 한 줄을 표로 펼치면 상품 고르기가 산수 문제가 된다. 아래는 수정듀레이션별로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률을 직접 계산한 값이다. 맨 오른쪽 열은 올해 실제로 벌어진 1.459%p 상승을 대입한 결과다.

수정듀레이션(년)금리 -1.0%p금리 -0.5%p금리 +0.5%p금리 +1.0%p금리 +1.459%p
2 (단기채)+2.0%+1.0%-1.0%-2.0%-2.9%
5 (중기채)+5.0%+2.5%-2.5%-5.0%-7.3%
10+10.0%+5.0%-5.0%-10.0%-14.6%
17+17.0%+8.5%-8.5%-17.0%-24.8%
26 (스트립)+26.0%+13.0%-13.0%-26.0%-37.9%

올해 -21%는 듀레이션 몇 년이어야 나오나

반대로 풀 수도 있다. 수익률과 금리 변동폭을 알면 듀레이션을 역산할 수 있다. 다만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에는 가격 변동만이 아니라 보유 기간 동안 쌓인 이자수익(캐리)이 섞여 있다. 연 4% 수준의 이자를 8.5개월 받았다면 약 +2.8%가 수익률을 위로 밀어 올린 셈이므로, 이를 걷어내야 순수 가격 변동이 나온다.

역산 수정듀레이션 = (수익률에서 캐리를 뺀 가격 변동률) ÷ 금리 변동폭 1.459%p

상품연초 이후 수익률(%)캐리 제외 가격 변동(%)역산 수정듀레이션(년)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34.57-37.4약 25.6
RISE KIS국고채30년Enhanced-27.54-30.3약 20.8
SOL 국고채30년액티브-21.90-24.7약 16.9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21.57-24.4약 16.7
KIWOOM 국고채30년액티브-21.35-24.2약 16.6

수익률은 9월 11일 기준 공개 수치이고, 캐리 2.8%는 가정값이다. 여기서 두 가지가 읽힌다. 첫째, 만기 30년짜리를 담아도 표면이자가 붙은 일반 국고채 ETF의 수정듀레이션은 16~17년대에 머문다. 30년 만기와 17년 듀레이션 사이의 13년 차이가 곧 이자가 깎아낸 몫이다. 둘째, 이자를 떼어내고 원금만 남긴 스트립 구조는 듀레이션이 25년대까지 늘어나 같은 금리 상승에 1.5배 더 맞는다. 이름에 붙은 ‘스트립’·‘Enhanced’ 같은 수식어가 사실은 듀레이션 배수를 뜻한다.

흐린 날 길 건너에서 본 은행 지점 외관

참고로 이 역산은 볼록성(convexity)을 무시한 1차 근사라 실제 듀레이션보다 조금 작게 나온다. 금리가 1.46%p나 움직인 구간에서는 볼록성이 손실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만기는 상품 이름에 적혀 있고, 듀레이션은 적혀 있지 않다. 계좌를 흔드는 것은 뒤쪽이다.

이자로 버틸 수 있는 금리 상승폭은 얼마인가

채권을 들고 있으면 가격이 빠져도 이자는 쌓인다. 그래서 실무에서 더 쓸모 있는 질문은 “1년 치 이자가 상쇄해줄 수 있는 금리 상승폭은 얼마인가”다. 답은 간단하다.

손익분기 금리 상승폭 = 연 이자수익률 ÷ 수정듀레이션

9월 11일 국고채 30년물 금리 4.714%를 연 이자수익률로 놓고 계산하면 아래와 같다.

수정듀레이션(년)1년 이자수익(%)손익분기 금리 상승폭(%p)해석
24.7142.36웬만한 금리 급등도 이자로 흡수
54.7140.941년에 1%p 미만이면 방어
104.7140.47반년 새 0.5%p면 이미 손실
174.7140.280.3%p만 올라도 이자가 증발
264.7140.18사실상 금리 방향에 전액 베팅

듀레이션 17년짜리는 1년에 금리가 0.28%p만 올라도 1년 치 이자가 통째로 사라진다. 실제로 올해는 그 5배가 넘는 1.459%p가 올랐다. 표의 계산은 전 구간에 같은 4.714%를 적용한 것이라, 실제로는 단기물 금리가 더 낮은 만큼 단기채의 방어력은 표보다 조금 낮게 봐야 한다. 그래도 자릿수의 차이는 그대로 남는다.

저녁 아파트 주방 식탁에 앉아 생각에 잠긴 40대 남성

이 산수가 말하는 바는 단순하다. 장기채 ETF는 ‘금리 하락에 거는 상품’이지 ‘예금 대신 안전하게 이자 받는 상품’이 아니다. 만기까지 개별 채권을 직접 들고 가면 중간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약정 이자와 원금이 확정되지만, ETF는 만기가 없어 편입 채권을 계속 갈아끼우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그대로 수익률이 된다. 이 차이 때문에 만기 보유를 전제로 한다면 개별 채권을 장외로 사는 경로의 수수료·금리차 구조를 함께 따져볼 여지가 생긴다.

금리가 안 내리는 이유는 기준금리 밖에 있다

올해 장기금리 상승은 통화정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보험사의 국채 수요 감소와 재정 악화 우려 같은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역사적 고점 수준의 수익성에도 보험사와 외국인의 매수세 감소가 이어져 수급 부담이 남아 있다고 짚었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장기금리가 빠르게 따라 내리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여기서 듀레이션 계산의 전제도 흔들린다. 위 표는 모든 만기 금리가 같은 폭으로 움직인다는 평행이동을 가정한다. 실제로는 단기금리가 내리고 장기금리는 버티는 커브 스티프닝이 나오면, 기준금리 인하 뉴스에도 30년 ETF는 오르지 않는다. 올해가 정확히 그 구간이었다.

새벽 아파트 발코니 난간에 올린 손 클로즈업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상품 페이지의 듀레이션 숫자 — 운용사 월간 자료에 실린 수정듀레이션. 만기 30년이 곧 듀레이션 30년이 아니다.
  • 스트립·Enhanced 같은 접미어 — 이자 분리나 레버리지 구조로 듀레이션을 늘린 상품인지 확인한다.
  • 국고채 3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차 — 커브가 가팔라지는 국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장기채 가격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 보험사·외국인의 국채 순매수 — 올해 장기금리를 밀어 올린 수급 축이다. 방향이 바뀌는지가 관건이다.
  • 내 보유 기간과 듀레이션의 비율 — 보유 예정 기간이 듀레이션보다 짧으면 금리 방향 베팅이고, 길면 이자 회수 전략이다.
  • 보수·추적오차 — 장기 보유 전제라면 총보수 뒤에 숨은 실부담비용률이 누적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