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채권을 사도 매수 경로에 따라 비용 구조가 갈린다. 증권사 앱의 '장외채권' 화면은 증권사가 자기 보유 물량을 개인에게 파는 개별상대매매라 매매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반대로 한국거래소 일반채권시장에서 사는 '장내채권'은 잔존기간에 따라 매매금액의 0.1~0.3%가 수수료로 빠진다. 다만 장외는 호가가 공개되지 않고 증권사가 제시한 금리 하나만 보인다. 그래서 두 경로를 비교할 때 물어야 할 것은 수수료율 자체가 아니라, 그 수수료가 금리 몇 %p에 해당하느냐다.
같은 채권, 다른 시장 — 무엇이 다른가
장내채권은 거래소가 연 시장에서 다수의 참여자가 경쟁매매로 체결한다. 거래시간은 평일 09:00~15:30, 매매수량단위는 액면 1,000원, 호가단위는 0.1원이며 결제는 당일결제다. 장외채권은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증권사와 고객이 직접 체결하는 구조로, 액면 1,000원 단위로 살 수 있고 체결 즉시 결제된다. 국내 채권 거래의 80% 이상이 장외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개인이 앱에서 보는 목록이 주로 장외 물량인 이유다.
| 항목 | 장내채권 | 장외채권 |
|---|---|---|
| 체결 방식 | 거래소 경쟁매매 | 증권사와 개별상대매매 |
| 매매수수료 | 잔존기간별 0.1~0.3% | 없음(제시 금리에 내재) |
| 호가 공개 | 공개(호가단위 0.1원) | 비공개, 증권사 제시 금리 |
| 매매 단위 | 액면 1,000원 | 액면 1,000원 |
| 거래 시간 | 평일 09:00~15:30 | 증권사 영업시간 내 |
| 종목 수 | 상장 종목에 한정 | 증권사 보유 물량에 한정 |
둘 다 '살 수 있는 종목이 제한된다'는 점은 같지만 제한의 성격이 다르다. 장내는 상장 여부가, 장외는 그 증권사가 지금 그 물량을 들고 있느냐가 목록을 정한다. 같은 회사채라도 A 증권사에는 있고 B 증권사에는 없는 일이 흔한 이유다.

수수료 0.3%는 금리 몇 %p인가
장내 수수료는 한 번 낸다. 반면 금리차는 남은 기간 내내 누적된다. 그래서 둘을 비교하려면 수수료율을 잔존연수로 나눠 연간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메리츠증권 공시 기준 원화채권 수수료율(잔존 1년 미만 0.1%, 2년 미만 0.2%, 2년 이상 0.3%, 액면 5,000만원 미만 소액국공채 0.6%)을 액면 1,000만원 매수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 잔존기간 | 장내 수수료율 (%) | 1,000만원당 수수료 (원) | 손익분기 금리차 (%p/년) |
|---|---|---|---|
| 6개월 | 0.1 | 10,000 | 0.20 |
| 1년 6개월 | 0.2 | 20,000 | 0.13 |
| 3년 | 0.3 | 30,000 | 0.10 |
| 5년 | 0.3 | 30,000 | 0.06 |
| 10년 | 0.3 | 30,000 | 0.03 |
| 3년(소액국공채) | 0.6 | 60,000 | 0.20 |
손익분기 금리차는 수수료율을 잔존연수로 나눈 값이다. 잔존 3년 채권이라면 장외 제시 금리가 장내 체결 금리보다 연 0.10%p만 낮아도, 수수료 0.3%를 낸 장내 매수와 손에 쥐는 돈이 같아진다. 잔존이 길어질수록 이 기준선은 낮아진다 — 10년물에서는 0.03%p 차이만 나도 장내가 앞선다. 반대로 잔존 6개월짜리나 소액국공채처럼 단기·소액 구간에서는 0.20%p라는 꽤 두꺼운 완충이 생긴다. 표의 수치는 단리 근사이며 세금과 재투자 효과는 빼고 계산한 것이다.
여기서 장외의 구조적 약점이 드러난다. 제시 금리 안에 마진이 얼마나 들었는지 개인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호가가 공개되지 않으니 '스프레드가 0.10%p보다 얇은가'라는 질문 자체에 답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같은 종목이 장내에 상장돼 있다면 두 화면의 금리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 유일하게 검증 가능한 방법이다.

수수료는 한 번이고 금리차는 만기까지다 — 잔존기간이 길수록 '공짜 수수료'의 값어치는 줄어든다.
세금은 어디서 사도 같다
매수 경로는 세금을 바꾸지 않는다. 개인이 직접 채권에 투자할 때 표면이자(이자소득)는 15.4%(지방소득세 포함)로 원천징수되고, 매매차익은 소득세법상 열거된 소득이 아니어서 과세되지 않는다. 장내에서 사든 장외에서 사든 이 구조는 동일하다. 주식과 달리 채권 매도에는 증권거래세도 붙지 않는다.
이 때문에 표면금리가 낮고 가격이 싼 저쿠폰 채권이 세후 기준으로 유리해지는 구간이 생긴다. 같은 세전 수익률이라도 이자 비중이 작을수록 과세 대상 금액이 줄기 때문이다. 다만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합계가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이 종합과세 대상이 되므로, 만기가 한 해에 몰린 포트폴리오는 이자 수령 시점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의 계산은 개인투자용 국채의 표면금리와 실효 수익률을 나눠 본 글에서 다뤘다.

개인 자금은 이미 장외로 흐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장외채권시장 동향 기준으로 2026년 8월 개인의 채권 순매수는 3조1,891억원, 이 가운데 국채가 1조3,694억원이었다. 연초부터의 누적 순매수는 22조9,642억원이다. 같은 달 외국인은 8,390억원을 순매도해 방향이 엇갈렸고,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4.751%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가 높은 구간에서 개인 자금이 채권으로 들어오는 흐름 자체는 통계로 확인되지만, 그 자금이 어떤 가격에 체결됐는지는 통계에 남지 않는다. 장외 비중이 높다는 것은 곧 개인 매수의 상당 부분이 비공개 호가로 이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같은 종목이 장내에도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 두 화면의 제시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다
- 잔존기간을 확인하고 수수료율 ÷ 잔존연수로 손익분기 금리차를 계산한다 (잔존 3년 기준 약 0.10%p)
- 액면 5,000만원 미만 국공채를 장내에서 사면 수수료율이 0.6%로 뛰는 구간인지 확인한다
- 표면금리와 매수단가를 함께 본다 — 과세 대상은 표면이자뿐이다
- 연간 이자·배당 합계가 2,000만원에 근접하는지, 만기가 특정 연도에 몰려 있지 않은지 점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