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정거래가격은 메모리 제조사가 PC·서버 업체와 월 단위로 맺는 계약 가격이고, 현물가는 유통 시장에서 매일 체결되는 소량 거래 가격이다. 계약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수급이 조여지면 현물가가 먼저 뛰고 고정가가 뒤따라간다. 6월 PC용 DDR4 8Gb 고정거래가격이 평균 21달러였는데 7월 1일 현물가는 36.10달러로 고정가를 71.9% 웃돌았다. 같은 시장의 같은 제품에 두 개의 가격표가 붙어 있고, 그 간격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인지를 말한다.

국내 전자상가의 컴퓨터 부품 매장 통로 — 선반에 쌓인 부품 상자들

두 가격표는 무엇이 다른가

고정거래가격은 대량 계약가다. 물량이 크고 협상 주기가 길어 한 번 정해지면 그 달 내내 유지된다. 반면 현물가는 유통 채널에 풀린 소량 물량을 사고파는 값이라 하루 단위로 움직인다. 그래서 재고가 마르면 현물가부터 튀고, 그 압력이 다음 계약 협상 테이블에 반영되면서 한두 달 뒤 고정가가 따라 오른다.

고정가도 이미 움직이는 중이었다. PC용 DDR4 8Gb 기준으로 4월 16달러, 5월 20달러, 6월 21달러를 지나며 두 달 만에 31.3% 올랐다. 뒤늦게 반응하는 지표가 두 달에 30% 넘게 오르고 있다는 건, 앞서 뛴 현물가가 이미 계약가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괴리율 72%는 어느 방향의 신호인가

7월 1일 현물가와 6월 고정거래가격을 같은 규격끼리 나눠 배수로 환산하면 간격의 크기가 드러난다.

항목DDR4 8Gb (달러)DDR4 16Gb (달러)
고정거래가격 (6월 평균)21.0040.00
현물가 (7월 1일)36.1074.63
현물÷고정 (배)1.721.87
괴리 (%)+71.9+86.6

현물이 고정가보다 높다는 건 계약 물량 밖에서 웃돈을 주고라도 물건을 구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유통 재고가 얇아졌다는 신호이고, 다음 계약 협상에서 제조사가 가격을 올릴 근거가 된다. 반대 방향도 같은 논리로 읽는다. 현물가가 고정가를 밑돌기 시작하면 채널에 재고가 남는다는 뜻이고, 그 시점이 상승 사이클의 꺾임에 가깝다.

현물가는 예보고 고정거래가격은 실적이다. 둘 사이 간격이 얼마나 벌어졌는지보다, 그 간격이 몇 달째 유지되고 있는지가 사이클의 길이를 말해준다.

책상 위 계산기와 메모리 모듈 — 단가를 계산하는 손

구형 DDR4가 신형 DDR5보다 비싼 역전

같은 날 현물시장에서 DDR4 16Gb 평균가는 74.63달러로, 한 세대 뒤에 나온 DDR5 16Gb의 46.83달러보다 59.3% 높았다. 신형이 구형보다 싸게 거래되는 역전은 수요가 몰려서라기보다 공급이 끊겨서 생긴다. 주요 메모리 업체가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생산 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D램, 그중에서도 단종 수순을 밟는 DDR4 라인이 먼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 PC와 산업용 장비의 교체 수요는 규격을 바꿀 수 없어 남아 있다.

판단의 틀로 옮기면 이렇다. 세대 역전은 사이클의 강도가 아니라 공급 단절의 폭을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신형인 DDR5 가격이 함께 오르지 않는 국면이라면 전체 수요가 살아난 것이 아니라 특정 라인만 마른 것이므로, 상승의 지속력을 낮게 잡아야 한다. 실적 숫자와 시장 반응이 따로 움직이는 사례는 사상 최대 실적과 같은 날 나온 급락을 뜯어본 글에 정리해뒀다.

Gb와 GB를 섞으면 계산이 무너진다

기사에 나온 달러 숫자를 그대로 비교하면 틀리기 쉽다. 단위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6월 고정거래가격 기준 DDR4 8Gb는 21달러, DDR4 16Gb는 40달러인데 같은 기사의 DDR5 16Gb 노트북용은 112달러다. 앞의 둘은 칩 하나(Gb, 기가비트) 값이고 뒤는 모듈 단위 가격대다.

모듈 쪽 숫자도 확인해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4월 말 기준으로 DDR5 16GB 모듈은 201달러로 전월 142달러 대비 41.55% 올랐고, DDR4 8GB 모듈은 119달러로 40%, DDR4 8Gb 2133MHz 칩은 16달러로 23.08% 상승했다. 8Gb는 1GB이고 16GB 모듈 한 장에는 16Gb 칩이 여덟 개 들어간다. 그래서 D램 값이 몇 달러라는 문장을 만나면 비트인지 바이트인지, 칩인지 모듈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규격 표기를 해석하는 방법은 LPDDR6와 LPDDR5X의 채널 구조를 비교한 글과 같은 방식이다.

이른 아침 서울 아파트 서재에서 화면을 바라보는 30대 남성

전망치를 숫자로 옮기면 얼마인가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 상승률 전망을 8~13%에서 15~20%로, 4분기를 0~5%에서 3~8%로 올렸다. 이 전망을 6월 고정거래가격 21달러에 그대로 복리로 대입하면 연말 수치가 나온다.

시나리오3분기 상승률 (%)4분기 상승률 (%)연말 DDR4 8Gb 고정가 (달러)6월 대비 누적 (%)
전망 하단15324.9+18.4
전망 중간17.55.526.0+23.9
전망 상단20827.2+29.6

분기 전망치는 크게 보이지만 두 분기를 이어 붙이면 6월 대비 18~30% 구간이다. 앞선 두 달 상승분 31.3%보다 오히려 작다. 전망 상향을 두고 가속을 떠올리기 쉬운데, 숫자로 옮기면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는 그림에 가깝다.

이 판단이 틀리는 조건

공급이 늘면 위 계산은 무너진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올해 상반기 매출 1503억1000만 위안(약 3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3.64% 늘었고 순이익 776억500만 위안(약 16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3억3000만 위안 순손실이었다. 월 생산능력은 웨이퍼 약 30만장이고 신규 공장이 돌면 60만장 이상으로 늘어난다.

선두 업체와는 2~3세대 격차가 있다고 평가되지만, 지금 값이 뛰는 구간이 바로 그 구형 범용 D램이라는 점이 문제다. 증설분이 실제 출하로 잡히기 시작하면 계약가보다 현물가가 먼저 반응한다. 그래서 확인해야 할 것은 증설 발표 시점이 아니라 웨이퍼 투입이 출하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새벽 안개 속 산업단지 외경 — 반도체 생산라인이 늘어선 풍경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현물가÷고정가 배수 — 1.7배대에서 1배 아래로 내려가는 달이 사이클 전환 후보다
  • DDR4와 DDR5의 세대 역전이 해소되는지 — 신형이 구형 위로 다시 올라서면 공급 단절이 완화됐다는 뜻
  • 트렌드포스 분기 전망의 방향 — 절대값보다 상향인지 하향인지가 신호다
  • 고정거래가격의 월간 상승률 — 4~6월의 31.3% 대비 둔화 폭
  • CXMT 신규 공장의 웨이퍼 투입이 출하로 전환되는 분기
  • HBM에 배정된 생산 능력 비중의 변화 — 범용 D램으로 되돌리는 결정이 나오는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