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해외ETF를 9,900원에 사서 10,500원에 팔아 600원을 벌었어도, 같은 기간 과표기준가격이 500원밖에 오르지 않았다면 세금은 600원이 아니라 500원에 붙는다. 15.4%를 적용하면 77원이다. 토스피드가 든 이 사례가 국내 상장 해외ETF 과세의 전부를 담고 있다.

국내주식형을 제외한 모든 ETF는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 15.4%가 붙는다. 다만 과세 대상 금액은 내가 번 돈 그대로가 아니라 매매차익과 보유기간 중 과표기준가격 상승분 가운데 더 적은 쪽이다. 삼성자산운용 Kodex는 이를 두고 "과표기준가격의 상승분과 실제로 발생한 매매차익 중 적은 금액에 대해 15.4%로 원천징수"된다고 설명한다. 계좌에 찍힌 수익률과 실제로 떼인 세금의 비율이 어긋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행 지점 대기 의자에 앉아 있는 30대 여성

과표기준가격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니다

과표기준가격은 과세표준기준가격의 준말이다. 토스피드는 이를 "ETF 수익 중 과세 대상이 되는 금액만을 계산한 가격"으로 정의하고, 시장에서 실제로 사고파는 가격과는 다르다고 못 박는다. 펀드가 담고 있는 자산에서 나온 수익 중 세법이 과세하기로 한 부분만 골라 쌓아 올린 별도의 장부인 셈이다.

왜 별도의 장부가 필요한가. 하나의 ETF 안에 과세되는 수익과 비과세되는 수익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은 소액주주에게 비과세다. 반면 해외 주식의 매매차익, 채권 이자, 배당금, 파생상품 손익은 과세 대상이다. ETF 가격은 이 둘을 합쳐 움직이지만, 과표기준가격은 과세 대상만 반영해 따로 움직인다. 그래서 같은 날 ETF 가격은 2% 올랐는데 과표기준가격은 1.2%만 오르는 일이 정상적으로 벌어진다.

이 값은 매일 공표된다. 운용사 홈페이지와 증권사 MTS의 상품 상세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고, 매도 시점에 증권사가 이 값을 자동으로 대입해 원천징수한다. 투자자가 신고할 일은 없지만, 얼마가 떼일지 미리 가늠하려면 매수한 날의 과표기준가격을 기록해 두는 편이 낫다.

계좌에 찍힌 수익률은 내 몫을 말하고, 과표기준가격은 국세청 몫을 말한다. 같은 ETF에서 두 숫자는 매일 따로 움직인다.

책상 위 계산기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 클로즈업

세금은 어느 쪽 숫자로 계산되나

1,000주를 주당 10,000원에 매수했고 그날의 과표기준가격이 9,800원이었다고 하자. 매도 시점의 두 숫자 조합에 따라 세금이 어떻게 갈리는지 직접 대입해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사례매도가 (원)매도일 과표기준가 (원)매매차익 (원)과표 상승분 (원)과세 대상 (원)세금 15.4% (원)차익 대비 실효세율 (%)
① 가격·과표 동반 상승12,00011,6002,000,0001,800,0001,800,000277,20013.9
② 과표가 더 많이 상승12,00012,1002,000,0002,300,0002,000,000308,00015.4
③ 가격 하락, 과표 상승9,50010,100-500,000300,000000
④ 가격 상승, 과표 제자리10,6009,800600,0000000

①은 국내 주식이 일부 섞인 ETF에서 흔한 모습이다. 200원어치 수익이 비과세 영역에서 나와 과세 대상에서 빠졌고, 실효세율이 명목 15.4%보다 1.5%포인트 낮아졌다. ②처럼 과표기준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더 오른 경우에는 내가 번 돈을 넘어 과세할 수 없으므로 세금은 15.4%에서 멈춘다. 적은 쪽을 고르는 규칙이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③과 ④는 세금이 0원이 되는 두 갈래다. ③은 손해를 봤으니 당연하고, ④는 과표기준가격이 제자리여서 과세할 재료 자체가 없는 경우다. 가격은 6% 올랐는데 세금이 0원이라는 결과가 어색해 보이지만, 그 6%가 전부 비과세 수익에서 나왔다면 세법상으로는 일관된 결론이다.

해질녘 여의도 오피스 빌딩 외경

같은 수익에 붙는 세금, 어디서 갈리나

과세 방식은 ETF가 어디에 상장됐느냐로 먼저 갈린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상장 해외ETF의 매매차익에 15.4% 배당소득세가,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에는 연 250만원 기본공제 후 22% 양도소득세가 붙는다고 정리한다. 앞의 것은 금융소득에 합산되고, 뒤의 것은 분류과세라 합산되지 않는다. 수익 구간별로 세금을 계산하면 이렇게 갈린다.

구분국내주식형 ETF국내 상장 해외ETF해외 상장 ETF
매매차익 과세비과세배당소득세 15.4%양도소득세 22%
연간 기본공제 (만원)해당 없음없음250
수익 300만원일 때 세금 (원)0462,000110,000
수익 833만원일 때 세금 (원)01,282,8201,282,600
수익 1,500만원일 때 세금 (원)02,310,0002,750,000
금융소득 합산해당 없음연 2,000만원 초과 시 합산분류과세 (합산 없음)

두 세율이 같아지는 지점은 계산으로 떨어진다. 수익을 x라 하면 0.154x = 0.22(x - 250만)이고, 정리하면 0.066x = 55만, x = 833만원이다. 연간 수익 833만원 아래에서는 국내 상장 해외ETF가, 그 위에서는 해외 상장 ETF가 세금이 적다. 250만원 공제가 22%라는 높은 세율을 상쇄해 주는 구간이 833만원까지라는 뜻이다.

다만 이 비교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국내 상장 해외ETF의 매매차익은 배당·이자와 합쳐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로 넘어간다. 금융소득이 이미 많은 사람에게는 833만원이라는 분기점 자체가 의미를 잃고, 금융소득종합과세 2,000만원 기준과 건강보험료 쪽 계산을 먼저 해봐야 한다. 반대로 해외 상장 ETF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직접 신고해야 하고, 무신고 가산세가 산출세액의 20%다.

높이가 다른 두 동전 더미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손실 난 ETF가 세금을 깎아주지 않는 이유

일반 위탁계좌에서 국내 상장 해외ETF는 매도할 때마다 건별로 원천징수된다. 이익이 난 종목에서 세금을 떼고 나면, 같은 해 다른 종목에서 손실을 봤더라도 그 손실이 세금을 되돌려 주지 않는다. 시사저널e는 ETF에서 500만원을 벌고 주식에서 300만원을 잃은 경우를 예로 들어, 일반 계좌라면 원금 300만원을 잃고도 77만원의 세금을 따로 낸다고 지적한다.

중개형 ISA 계좌는 이 구조를 바꾼다. 계좌 안의 손익을 합산한 뒤 순이익에만 과세하고, 3년 의무보유를 채우면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 초과분은 9.9% 분리과세다. 앞의 사례라면 과세 대상이 500만원이 아니라 2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상품을 어느 그릇에 담느냐가 세후 수익률을 가르는 지점이며, 구체적인 계산은 ISA 계좌의 손익통산 효과를 계산한 글에 정리해 두었다.

해외 상장 ETF는 세 번째 경로다. 양도소득세는 연간 손익을 통산한 뒤 과세하므로 손실이 자동으로 상계된다. 대신 250만원 공제를 매년 쓰려면 이익을 해마다 실현해야 하고, 환전 비용과 환차익 처리가 따라붙는다. 환율까지 포함한 계산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의 250만원 공제와 환율 계산에서 다뤘다.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매수한 날의 과표기준가격 — 운용사 홈페이지나 MTS 상품 상세에서 확인하고 기록해 둔다. 매도 시점에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가늠하는 유일한 재료다.
  • 연간 실현 수익 833만원 선 — 이 아래면 국내 상장, 위면 해외 상장이 세금이 적다. 12월에 남은 구간을 확인하고 매도 시점을 나눈다.
  • 금융소득 2,000만원 — 배당·이자·국내 상장 해외ETF 매매차익의 합이다. 초과하면 종합과세 구간으로 넘어가 건강보험료까지 연동된다.
  • ISA 의무보유 3년과 납입한도 — 비과세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과 9.9% 분리과세는 만기 해지 시점에 정산된다.
  • 해외 상장 ETF의 5월 신고 — 무신고 가산세가 산출세액의 20%다. 증권사 양도소득 자료를 4월에 미리 내려받아 둔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