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계좌를 증권사로 옮기면서 실물이전을 신청했는데, 일부 상품은 그대로 넘어가고 나머지는 팔린 뒤 현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실물이전이 보유 상품을 전부 그대로 옮기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식 자료가 밝힌 조건은 세 가지다.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의 2024년 10월 10일 보도자료는 실물이전 이전에는 계좌를 옮기려면 “기존 상품의 해지(현금화)에 따른 비용(중도해지 금리 등),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 변화로 인한 손실(기회비용) 등”이 생길 수 있었다고 적는다. 실물이전 조건에서 벗어난 상품은 지금도 이 방식으로 옮겨진다.
1. 옮기는 계좌가 같은 제도인가
같은 보도자료는 실물이전이 “동일한 제도 내(DB↔DB, DC↔DC, IRP↔IRP)에서 이전 가능”하다고 적는다. 다른 회사의 IRP로 옮기려는 계좌가 IRP가 아니라 DC라면 이 서비스 범위 밖이다.
금융감독원의 2026년 8월 24일 보도자료는 “현재까지는 동일한 제도(DB↔DB, DC↔DC, IRP↔IRP) 내에서만 이전이 가능하여 DC→타사IRP로 이전이 어려웠고”라고 한계를 짚었다. 금감원은 예탁원·협회·한국증권금융·퇴직연금 사업자 등 17개 기관과 실물이전 개선 TF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지만, 이 자료 본문에는 DC→타사 IRP 이전이 언제부터 가능해지는지 날짜가 없다.
2. 보유 상품이 실물이전 대상인가
2024년 보도자료가 가능하다고 든 상품은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보장상품(예금, GIC, ELB·DLB 등), 공모펀드, ETF 등”이다. 원리금보장상품 앞에 ‘신탁계약 형태의’라는 조건이 붙어 있고, 같은 자료는 “운용 상품의 특성, 계약 형태 등에 따라 실물이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으므로” 별도의 대상 범위표를 확인하라고 한다. 원리금보장상품이라는 이름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보유 상품의 계약 형태를 확인해야 한다.
2026년 금감원 자료는 제외 사례 하나를 더 명시한다. “환매중단펀드를 보유한 경우 이전이 제한되는 등 소비자 불편 요소가 존재”한다고 적었다.
3. 새 회사가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가
2024년 보도자료는 보유 상품이 실물이전 대상이더라도 “이전을 희망하는 사업자(수관회사)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line-up)하고 있어야 실물이전이 가능하다”고 적는다. 이어서 “실물이전 제외 상품과 수관회사 미취급 상품은 기존과 같이 상품 매도 후 현금화하여 이전하여야 한다”고 정리한다. 같은 제도 안의 이전에서 일부만 현금으로 넘어왔다면, 현금이 된 상품은 실물이전 제외 상품이거나 수관회사가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다.
신청 전에 확인하는 방법
2025년 7월 21일부터는 계좌를 새로 열기 전에 확인할 수 있다. 정책브리핑의 사전조회 서비스 안내에 따르면 가입자는 은행·증권·보험 등 여러 퇴직연금사업자를 대상으로 보유 상품의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동시에 조회할 수 있고, 결과는 신청한 날의 다음 영업일까지 제공된다. 조건이 몇 가지 있다.
- 조회는 지금 계좌가 있는 회사(이관회사)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만 신청한다. 옮기려는 회사에서는 조회할 수 없다.
- 온라인으로만 신청할 수 있고 영업점 방문으로는 안 된다.
- 조회는 신청이 아니다. 이전하기로 했다면 한 회사를 정해 계좌를 연 뒤 실물이전 신청서를 따로 제출해야 한다.
실제 신청은 2024년 보도자료의 절차를 따른다. 옮길 회사(수관회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하고 이전신청서를 접수하면, 그 회사가 실물이전 가능 상품목록 등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최종 의사를 확인한 뒤 이전을 실행해 결과를 SMS나 앱으로 알린다.
자료로 답할 수 없는 부분
개별 상품의 가능 여부는 공식 자료가 아니라 사전조회 결과와 수관회사의 안내로만 확인된다. 2024년 보도자료가 참조하라고 한 ‘실물이전 대상제도 및 상품 범위’ 표는 보도자료 본문이 아니라 첨부 문서(붙임2)에 있다. 이미 현금으로 넘어간 상품을 되돌리는 절차나, DC→타사 IRP 실물이전의 시행 시점도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에는 나오지 않는다. 퇴직으로 DC 자금을 다른 회사 IRP로 받으려면 현재 계좌 회사와 받을 회사에 이전 방식과 매도 시점을 문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