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기여형(DC)이나 IRP 계좌를 열어보면 대기성 자금, 예수금 같은 이름의 잔고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방법)을 이미 골라 뒀는데도 그렇다. 고르기만 하면 알아서 굴러간다고 알고 있었다면 이 지점에서 막힌다.
고르는 것과 걸리는 것은 다른 단계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의3 제2항은 가입자가 정보를 제공받은 사전지정운용방법 중 하나를 본인이 적용받을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선정은 어느 상품을 쓸지 정해 두는 것이지, 그 순간 예수금이 그 상품으로 옮겨가는 절차가 아니다.
자동으로 걸리는 시점은 두 개뿐이다
같은 조 제3항은 퇴직연금사업자가 통지해야 하는 때를 두 가지로 한정한다. 하나는 가입자가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였을 때, 다른 하나는 가입자가 스스로 선정한 적립금 운용방법의 기간 만료일부터 4주가 지났을 때다. 제4항은 통지를 받은 후 2주 이내에 운용방법을 스스로 선정하지 아니할 경우 적립금을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한다고 하고, 이 경우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방법을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선정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인다.
IRP도 같은 조문을 쓴다. 같은 법 제24조 제4항은 개인형퇴직연금제도 적립금의 운용방법 및 운용에 관한 정보제공에 관하여는 제21조 및 제21조의2부터 제21조의4까지를 준용한다고 정하면서, 조문 속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개인형퇴직연금제도로 바꿔 읽으라고 한다.
연말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12월에 추가로 넣은 납입금은 두 경우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 돈이 예수금으로 남는 것은 법이 정한 발동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기가 있는 상품이었는지 본다
제3항 제2호는 기간 만료일을 전제로 한다. 정기예금이나 이율보증형 보험처럼 만기가 정해진 상품을 굴리다가 만기가 지나면 4주 뒤에 통지가 나가고, 통지 후 2주가 더 지나야 디폴트옵션으로 넘어간다. 만기일을 기준으로 최소 6주가 걸린다는 뜻이다. 반대로 만기 개념이 없는 대기성 자금에는 4주를 세기 시작할 기준일 자체가 없다.
통지를 받았는지 확인한다
절차가 시작됐는지는 통지로 확인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3은 이 통지에 가입자가 통지를 받은 후 2주 이내에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스스로 선정하지 않을 경우 적립금이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담도록 하고, 통지는 시행령 제13조의2제3항이 정한 방법, 즉 우편 발송, 서면 교부, 정보통신망에 의한 전송 또는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서 당사자가 합의한 방법 중 하나로 해야 한다. 그런 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면 만기 도래가 없었거나 4주 기산점이 아직 지나지 않은 쪽을 먼저 확인한다.
선정해 둔 방법의 위험등급은 따로 본다
시행령 제13조의2는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보로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위험등급, 손실가능성 및 과거 수익률, 예금자 보호 한도 등 가입자의 보호에 관한 사항, 그리고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적용에 따른 퇴직연금자산의 위험도 변경 가능성을 열거한다. 적용되면 계좌의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법이 정한 고지 항목이다.
지금 굴리고 싶다면
제도를 도입하며 낸 2022년 7월 5일 고용노동부 보도자료는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근로자는 언제든지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본인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을 선택(OPT-IN)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확인할 것은 네 가지다.
-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선정해 두었는가
- 예수금으로 남은 돈이 가입 시점이나 기존 상품 만기 후 4주에 해당하는가
- 사업자로부터 2주 통지를 받았는가
- 선정해 둔 방법의 위험등급이 무엇인가
여기까지가 법령이 정한 범위다. 추가 납입금을 선정해 둔 디폴트옵션으로 자동 매수해 주는지는 법이 아니라 사업자가 정하는 서비스 영역이라 회사마다 다르다. 예수금을 그대로 두지 않으려면 직접 매수하거나, 추가 납입분 자동매수 설정이 있는지 사업자에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