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수를 담은 ETF라도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의 매매차익에는 배당소득세 15.4%가,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의 매매차익에는 양도소득세 22%가 붙는다. 세율만 보면 15.4%가 낮지만, 실제로 내는 세금은 연간 매매차익의 크기가 정한다. 250만원 기본공제를 계산에 넣으면 두 세금이 같아지는 지점은 매매차익 833만원이다. 그 아래에서는 해외상장 ETF가, 833만원부터 2,000만원까지는 국내상장 해외ETF가 세금을 덜 낸다. 그리고 손실이 섞이는 순간 이 순서는 다시 무너진다.

서울 아파트 주방 식탁에서 늦은 밤 계산기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긴 30대 여성

세율은 15.4%가 낮은데 왜 뒤집히나

차이의 출발점은 상품 분류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세법상 신탁형 펀드로 보기 때문에, 해외 주식을 담고 있어도 매매차익이 배당소득으로 잡힌다. 반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해외 주식과 똑같이 취급돼 매매차익이 양도소득이 된다. KB국민은행 KB Think의 ETF 과세 비교는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ETF의 매매차익 세율을 배당소득세 15.4%, 해외 상장 ETF를 양도소득세 22%로 구분하고,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에는 손익통산과 기본공제가 모두 없다고 명시한다.

양도소득 쪽에는 두 개의 완충 장치가 붙는다. 하나는 연 250만원 기본공제, 다른 하나는 같은 해 거래를 모두 합쳐 계산하는 손익통산이다. 토스뱅크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안내는 세율을 국세 20%에 지방소득세 2%를 더한 22%, 기본공제를 연 250만원으로 정리하고, 한 해(1월 1일~12월 31일) 거래분을 이듬해 5월에 확정신고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배당소득 쪽에는 공제도 통산도 없고, 차익이 난 거래마다 15.4%가 원천징수된다.

그래서 손익분기는 간단한 일차방정식으로 나온다. 연 매매차익을 G라 하면 국내상장 해외ETF의 세금은 0.154G, 해외상장 ETF는 0.22 × (G − 250만원)이다. 두 값을 같게 두면 0.066G = 55만원, 즉 G는 약 833만원이다. 아래 표는 그 방정식을 구간별로 대입해 본 것이다.

연 매매차익국내상장 해외ETF (15.4%)해외상장 ETF (22%, 250만원 공제)세금 차이
300만원46.2만원11.0만원국내상장이 35.2만원 더
500만원77.0만원55.0만원국내상장이 22.0만원 더
833만원128.3만원128.3만원동일
1,000만원154.0만원165.0만원해외상장이 11.0만원 더
2,000만원308.0만원385.0만원해외상장이 77.0만원 더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300만~500만원 구간이다. 세율이 6.6%포인트나 낮은데도 국내상장 쪽이 세금을 서너 배 더 낸다. 250만원 공제가 소액 구간에서는 세율 차이를 통째로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계좌를 갓 만들어 한 해 수익이 몇백만원 수준이라면, 세율표만 보고 고른 선택이 정확히 반대로 작동한다.

어두운 나무 탁자 위에 높이가 다른 두 개의 동전 더미와 그 사이에 놓인 자

손실이 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위 표는 이익만 났을 때의 계산이다. 실제 계좌에는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이 섞여 있고, 여기서 두 제도의 간격이 가장 크게 벌어진다. 같은 해에 ETF 두 개를 정리해 하나에서 1,000만원 이익, 다른 하나에서 600만원 손실이 났다고 가정하고 세금을 끝까지 계산해 보면 이렇다.

계산 단계국내상장 해외ETF해외상장 ETF
이익 종목 차익+1,000만원+1,000만원
손실 종목 차손−600만원−600만원
손익통산 후 소득1,000만원 (손실 반영 안 됨)400만원
기본공제없음250만원
과세표준1,000만원150만원
세율15.4%22%
세금154.0만원33.0만원
순이익 400만원 대비 실효세율38.5%8.25%

세금 차이는 121만원, 실효세율 차이는 30%포인트를 넘는다. 국내상장 해외ETF에서는 손실 난 상품을 같은 해에 함께 정리해도 세금이 한 푼도 줄지 않는다. 이익 거래마다 원천징수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해외상장 ETF에서 흔히 쓰는 연말 손실 확정 전략이 국내상장 쪽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외주식 양도세의 250만원 공제와 결제일 기준을 정리한 글에서 짚었듯, 이 계산은 매도 시점이 아니라 결제일 기준으로 연도가 갈린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세율표에는 15.4% 대 22%로 적혀 있지만, 지갑에서 실제로 나가는 금액은 공제와 손익통산이 정한다. 순이익 400만원에 154만원을 냈다면 실효세율은 38.5%다.

이른 아침 햇빛이 비껴 드는 서울 오피스 거리의 풍경

2,000만원을 넘으면 순서가 다시 뒤집힌다

배당소득에는 위쪽에도 경계선이 하나 더 있다. 이자와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초과분이 다른 소득과 합산돼 누진세율을 맞는다. 국내상장 해외ETF의 매매차익은 배당소득이므로 이 합산 대상에 들어간다. 시사저널e는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ETF가 손익통산도 기본공제도 없이 15.4%가 매겨지는 구조를 짚으면서, 이자와 배당을 합쳐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자가 된다고 전했다.

반면 해외상장 ETF의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이라 분류과세로 끝난다. 금액이 아무리 커져도 다른 소득과 합산되지 않고 22% 단일세율이 유지된다. 정리하면 매매차익 833만원 아래에서는 해외상장이, 833만~2,000만원 구간에서는 국내상장이, 다른 이자·배당까지 더해 2,000만원을 넘어서면 다시 해외상장이 세금 면에서 유리한 삼단 구조다. 다만 종합과세는 매매차익만이 아니라 예금 이자와 국내 주식 배당까지 모두 합산해 판정하므로, 경계선을 계산할 때는 ETF 밖의 금융소득도 함께 넣어야 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건을 정리한 글의 세율 구간표가 이 합산 판정의 배경이다.

책상 위 백지를 누르고 연필을 든 손 클로즈업

ISA·연금계좌를 끼면 계산식 자체가 바뀐다

여기까지가 일반 위탁계좌 기준이다. 절세계좌를 쓰면 위 방정식의 계수가 통째로 달라진다. 시사저널e가 정리한 중개형 ISA 기준은 의무보유 3년, 비과세 한도 200만원(서민형 400만원), 한도 초과분은 9.9% 분리과세, 그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 합산 제외다. 국내상장 해외ETF를 ISA에 담으면 15.4% 원천징수와 종합과세 합산이라는 두 약점이 동시에 사라진다.

대신 제약이 붙는다. ISA와 연금저축·IRP에는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만 담을 수 있어 해외상장 ETF는 애초에 편입 대상이 아니다. 즉 833만원 손익분기는 일반계좌 안에서만 의미가 있고, 절세계좌를 쓸 수 있는 한도(연 납입한도) 안쪽에서는 국내상장 해외ETF 쪽으로 계산이 기운다. ISA 중개형과 신탁형의 차이를 비교한 글에서 다룬 계좌 유형별 조건이 여기서 그대로 변수로 들어온다.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올해 확정된 매매차익 합계 — 833만원 위인지 아래인지가 두 상품의 유불리를 가른다
  • 같은 계좌 안의 미실현 손실 — 손익통산이 되는 계좌인지 아닌지에 따라 연말 정리 전략이 달라진다
  • 예금 이자·국내 배당을 포함한 연간 금융소득 총액 — 2,000만원 경계선 판정은 ETF 밖 소득까지 합산한다
  • ISA·연금계좌의 남은 납입한도 — 한도 안쪽은 계산식이 다르다
  • 매도 주문일이 아닌 결제일 — 12월 하순 매도는 과세 연도가 이듬해로 넘어갈 수 있다
  • 세법 개정 논의 — 금융투자소득 관련 제도는 개정 이력이 잦아, 위 손익분기는 세율·공제액이 바뀌면 그대로 이동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