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은 같은 금액을 써도 주주에게 남는 것이 다르다. 배당은 받는 순간 15.4%가 원천징수되고, 소각은 현금 대신 발행주식 수를 줄여 남은 주식의 몫을 키운다. 월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발행주식의 3.3%인 2407만주를 2026년 11월 19일까지 소각하기로 했는데, 이는 남은 주주의 주당순이익(EPS)을 약 3.4%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주가 내는 세금은 0원이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는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중심에 둔 환원안을 택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회사가 정하는 게 아니라 주주의 적용 세율과 보유 기간이 정한다. 2026년 3월 6일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자기주식 소각이 원칙적으로 의무화됐고, 이 선택지는 더 이상 일부 기업의 특별한 결정이 아니게 됐다.

아침 햇살이 드는 책상 위 계산기와 볼펜 클로즈업

소각 3.3%가 EPS를 3.4% 올리는 계산

자사주 소각의 산수는 단순하다. 발행주식의 x%를 없애면 남은 1주가 가져가는 이익의 몫은 1÷(1−x)배가 된다. 3.3%를 소각하면 1÷0.967=1.0341, 즉 3.41% 상승이다. 소각 비율이 커질수록 분모가 더 빠르게 줄기 때문에 EPS 상승률은 소각 비율보다 점점 더 벌어진다.

소각 비율(%)소각 후 남는 주식(%)EPS 상승률(%)
1.099.01.01
2.098.02.04
3.396.73.41
3.896.23.95
5.095.05.26
10.090.011.11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KB금융이 소각한 자사주 1426만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약 3.8%, 금액으로는 2조3000억원 규모다. 표의 식을 그대로 대입하면 EPS를 약 3.95% 밀어올린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주주환원율 50.2%를 달성했고, 하나금융은 2000억원 규모 매입·소각과 함께 주당배당금을 906원에서 1145원으로 26.4% 올렸다.

주의할 것은 이 EPS 상승이 이익이 늘어서 생긴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분자인 순이익은 그대로고 분모인 주식 수만 줄었다. 게다가 소각 재원만큼 현금이 회사 밖으로 나가 자기자본이 감소한다. 자본이 줄면 ROE는 자동으로 올라가지만, 그 돈이 더 높은 수익률의 사업에 쓰일 수 있었다면 소각은 기회비용을 치른 것이다. 환원율만 보고 판단하면 이 부분이 통째로 빠진다.

저녁 식탁에서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확인하는 30대 남성

배당과 소각, 세후로 얼마나 차이 나나

숫자로 비교하려면 조건을 고정해야 한다. 발행주식 1억주, 주가 10만원(시가총액 10조원), 연간 순이익 5000억원(EPS 5000원)인 회사가 5000억원을 주주환원에 쓴다고 하자. 배당이면 주당 5000원, 소각이면 5000억÷10만원=500만주로 발행주식의 5%를 없앤다.

항목현금배당 주당 5,000원자사주 5% 소각
환원 재원(억원)5,0005,000
주주 수령 현금(원/주)5,0000
배당소득세 15.4%(원/주)7700
세후 현금(원/주)4,2300
환원 후 발행주식(만주)10,0009,500
이론 주가(원)95,000100,000
주가+세후 현금 합계(원)99,230100,000
EPS(원)5,0005,263

배당 쪽은 배당락으로 주가가 배당액만큼 빠진다고 봤다. 소각 쪽은 현금 5000억원이 나가 시가총액이 9조5000억원이 되고 주식은 9500만주가 남으므로 주가는 10만원 그대로다. 두 열의 차이 770원이 정확히 배당소득세다. 계산 조건에서 유일하게 다른 게 세금이므로, 이 표는 "소각이 좋다"가 아니라 "세금만큼 다르다"를 보여준다.

소각은 세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주식을 파는 날까지 미루는 것이다.

차이가 벌어지는 구간은 금융소득이 큰 쪽이다. 이자·배당 합계가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로 넘어가 지방세 포함 최고 49.5%까지 올라간다. 반면 소각으로 오른 주가는 소액주주가 국내 상장주식을 팔 때 양도세 대상이 아니라서, 환원의 성격이 과세에서 비과세로 바뀌는 셈이 된다. 다만 2026년 배당분부터는 고배당 상장사에 한해 분리과세 특례가 열려 있다. KB국민은행 세무 자료 기준 특례 세율은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25%, 50억원 초과 30%이고 2028년 사업연도 배당분까지 적용된다. 요건과 배당성향 기준은 배당성향 40%와 세율 4구간을 정리한 글에서 따로 다뤘다.

보유 기간도 변수다. 배당은 매년 세금을 확정시키지만 소각은 과세를 이연한다. 배당을 재투자하는 투자자라면 매년 15.4%를 떼고 다시 사는 셈이라 복리 구간이 길수록 소각 쪽 누적 차이가 커진다. 반대로 배당금을 생활비로 쓰는 투자자에게 소각은 주식을 팔아야만 현금이 되는 환원이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른 아침 비어 있는 주주총회장 좌석

2026년 3월 시행 — 취득 후 1년 안에 소각

제도 자체가 바뀌었다. 법률신문에 실린 해설에 따르면 2026년 3월 6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 개정 상법(법률 제21448호)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시행 전에 이미 보유하던 자사주는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즉 2027년 9월 5일까지가 기한이다. 방송·통신·항공처럼 외국인 지분 규제를 받는 업종은 별도의 장기 유예가 적용된다.

김·장 법률사무소 정리에 따르면 예외는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임직원 보상이나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같은 경영상 목적이 있으면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서를 만들어 매년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 번 승인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 사업연도 갱신 승인이라, 보유 자체가 매년 표결 대상이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자사주 매입 공시가 곧 소각 공시에 가까워진다. 과거에는 매입 후 금고에 넣어두다 시간이 지나 처분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때는 주식 수가 되돌아왔지만, 이제는 1년이라는 시계가 붙는다. 둘째, 매년 주총에서 보유계획 안건이 올라오므로 회사가 자사주를 왜 들고 있는지 문서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노트에 메모하는 손 클로즈업

소각을 막는 조건도 있다

모든 회사가 원하는 만큼 소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이므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자동으로 끌어올린다. 지분율에 법적 상한이 걸린 구조에서는 이 상승 자체가 제약이 된다. 월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보통주 지분이 합산 9.99% 수준이라, 소각으로 이 비율이 오르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한도 문제가 걸린다. 삼성전자가 배당 비중을 높게 잡은 배경에 이런 구조가 있다.

지주회사 체제, 외국인 지분 제한 업종, 금융 계열사를 낀 지배구조에서는 "환원 여력이 있다"와 "소각할 수 있다"가 같은 말이 아니다. 환원 총액만 보고 소각을 기대하면 실제 발표에서 배당으로 나올 수 있고, 그 경우 세후 결과는 앞의 표만큼 달라진다.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매입 공시와 소각 공시의 간격 — 취득일 기준 1년이 지나기 전에 소각 결의가 나오는지
  • 정기 주총 안건에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 승인이 올라오는지, 사유가 임직원 보상인지 경영상 목적인지
  • 2027년 9월 5일 — 시행 전 취득분의 소각 기한. 기존 자사주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이 날짜 앞뒤로 결정이 몰릴 수 있다
  • 소각 규모를 발행주식 총수 대비 %로 환산했는지 — 금액(조원)만으로는 EPS 효과를 알 수 없다
  • 본인의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에 가까운지 — 이 선을 넘으면 배당과 소각의 세후 격차가 커진다
  • 지배구조상 지분율 상한(금산법·외국인 지분 규제)이 걸린 회사인지 — 환원 여력과 소각 가능성은 별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