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듀레이션이 5년인 채권은 시장금리가 1%p 오르면 가격이 약 5% 떨어진다. 반대로 금리가 1%p 내리면 약 5% 오른다. 채권 가격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알아도, 그 크기를 미리 가늠하는 잣대가 듀레이션이다. 만기가 같은 두 채권이 금리 변동에 전혀 다른 폭으로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B자산운용은 듀레이션을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햇수(년)로 나타낸 값이라고 설명한다. 숫자 하나로 '이 채권은 금리 1%p에 몇 % 흔들리는가'를 읽어내는 도구인 셈이다.

저녁에 책상 앞에서 생각에 잠긴 40대 투자자

듀레이션은 '금리 민감도'를 햇수로 바꾼 숫자다

듀레이션의 단위는 '년'이지만, 실전에서 더 자주 쓰는 의미는 만기가 아니라 민감도다. 채권은 만기까지 여러 번 이자를 주고 마지막에 원금을 돌려준다. 이 현금흐름 하나하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평균적으로 언제 돈이 회수되는가'를 가중평균한 것이 듀레이션의 출발점이다.

회수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그 채권의 가격은 먼 미래의 현금에 크게 의존하고, 먼 미래의 현금일수록 할인율(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그래서 듀레이션이 길수록 같은 금리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 국채금리가 할인율로 작동하는 구조를 주식에서 다뤘다면, 채권에서는 그 민감도가 듀레이션이라는 한 숫자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다.

맥컬리 듀레이션과 수정 듀레이션은 무엇이 다른가

듀레이션은 크게 둘로 나뉜다. 맥컬리 듀레이션은 현금흐름의 가중평균 회수기간, 즉 '평균 만기'에 가깝다. 수정 듀레이션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실제 가격 변동률을 계산하는 데 쓴다. 둘의 관계는 단순하다.

  • 수정듀레이션 = 맥컬리 듀레이션 ÷ (1 + 만기수익률)
  • 가격 변동률 ≈ −수정듀레이션 × 금리 변동(%p)

예를 들어 맥컬리 듀레이션이 5.2년이고 만기수익률이 4%라면 수정듀레이션은 5.2 ÷ 1.04 ≈ 5.0년이다. 이 채권은 금리가 1%p 오를 때 −5.0 × 1 = 약 −5%의 가격 하락을 예상하게 된다. 쿼터백자산운용도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커진다는 점을 핵심으로 짚는다.

듀레이션은 만기를 재는 자가 아니라, 금리 1%p가 내 채권값을 몇 % 흔드는지 미리 보여주는 환율표에 가깝다.

창가 탁자 위에 층층이 낮아지는 동전 더미

금리 1%p에 가격이 몇 % 움직이나

수정듀레이션과 금리 변동만 있으면 가격 변동률의 1차 근사치를 직접 계산할 수 있다. 아래는 수정듀레이션 2년·5년·8년 채권에 금리 변동 시나리오를 대입해 계산한 표다. 각 칸은 −수정듀레이션 × 금리변동으로 구한 예상 가격 변동률이다.

수정듀레이션금리 +1%p금리 +2%p금리 −1%p
2년 (단기)−2%−4%+2%
5년 (중기)−5%−10%+5%
8년 (장기)−8%−16%+8%

같은 금리 +1%p 충격이라도 단기채는 −2%로 버티지만 장기채는 −8%까지 밀린다. 금리 상승기가 예상되면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펀드가 방어적이고, 금리 하락에 베팅한다면 긴 듀레이션이 상승폭을 키운다. 다만 이 표는 '어느 쪽을 사라'는 신호가 아니라 위험의 크기를 미리 재는 자다 — 금리 방향 전망이 틀리면 그 크기만큼 반대로 손실이 커진다.

흐린 날 서울 거리의 은행 지점 외관

같은 만기라도 듀레이션이 다른 이유

표에서 만기 대신 듀레이션을 쓴 데는 이유가 있다. 만기가 같은 두 채권도 듀레이션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요인이 듀레이션을 좌우한다.

  • 표면금리(쿠폰): 이자를 많이 주는 채권일수록 원금 회수가 앞당겨져 듀레이션이 짧다. 이자가 없는 할인채(제로쿠폰)의 듀레이션은 만기와 같다.
  • 만기: 길수록 듀레이션이 길다. 다만 만기가 늘수록 증가폭은 점점 둔해진다.
  • 만기수익률: 금리 수준이 낮을수록 먼 미래 현금의 비중이 커져 듀레이션이 길어진다.

여기에 하나 더, 볼록성(convexity)이 있다. 가격 변동률 ≈ −수정듀레이션 × 금리변동은 직선 근사이지만 실제 가격–금리 곡선은 아래로 볼록한 곡선이다. 그래서 금리가 크게 움직일수록 오차가 생기는데, 방향이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금리가 내릴 때의 실제 이익이 직선 예측보다 크고, 오를 때의 실제 손실은 예측보다 작다. 위 표의 −16%·+8% 같은 큰 변동 구간일수록 이 볼록성 보정이 커진다. ETF 이름 끝 (H)가 환에서 수익률을 가르듯, 채권형 상품에서는 듀레이션과 볼록성이 금리에서 수익률을 가른다.

피아노 위에서 흔들리는 나무 메트로놈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보유·검토 중인 채권형 펀드·ETF의 평균 듀레이션을 운용보고서에서 확인한다 — 이 숫자가 곧 금리 1%p당 예상 변동폭이다.
  • 기준금리·국채금리 방향 전망이 바뀌면, 듀레이션 × 예상 금리변동으로 손익 시나리오를 먼저 계산한다.
  • 같은 만기라도 쿠폰·수익률에 따라 듀레이션이 다르므로, 만기만 보고 위험을 판단하지 않는다.
  • 금리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이면 볼록성이 큰(장기·저쿠폰) 채권이 직선 예측과 더 벌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