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우대 90%는 환율을 90% 깎아준다는 뜻이 아니라, 은행이 붙이는 환전 수수료를 90% 깎아준다는 뜻이다. 매매기준율이 1,400원이고 미국 달러 현찰 스프레드가 1.75%라면 우대 없는 살 때 환율은 1,424.5원, 90% 우대를 받으면 1,402.45원이다. 1,000달러를 사는 데 드는 원화는 142만4,500원에서 140만2,450원으로 줄어든다.

깎이는 금액은 2만2,050원. 우대율 숫자가 90이라 크게 들리지만, 원금 대비로 보면 1.75%였던 부담이 0.18%로 내려가는 변화다. 우대율을 비교할 때 봐야 할 것은 퍼센트 자체가 아니라 그 퍼센트가 무엇의 몇 %인지다.

은행 영업점 창구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뒷모습

환율우대 90%는 무엇을 90% 깎는가

은행 고시 환율표에는 매매기준율, 현찰 사실 때, 현찰 파실 때가 나란히 적힌다. 가운데 매매기준율을 두고 위아래로 벌어진 폭이 환전 수수료, 곧 스프레드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은 이를 '외화현찰 매매 스프레드'로 공시하면서, 외국통화 수출입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반영한 것이라 통화별로 요율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계산식은 두 줄이면 끝난다. 적용 스프레드 = 기본 스프레드 × (1 − 우대율), 적용 환율 = 매매기준율 ± 적용 스프레드. 살 때는 더하고 팔 때는 뺀다. KB국민은행 설명은 기준환율 1,200원에 달러 현찰 스프레드 1.75%를 대입해 살 때 1,221원, 팔 때 1,179원이 나온다는 예를 든다. 토스뱅크는 우대율 100%를 "은행이 사들여온 통화 그대로의 가격, 즉 매매기준율에 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우대율은 환율이 아니라 마진에 걸리는 할인율이다. 같은 90% 우대라도 스프레드가 큰 통화에서는 깎이는 절대금액이 크고, 스프레드가 작은 통화에서는 체감이 거의 없다.

우대율은 환율에 붙는 할인이 아니라 은행 마진에 붙는 할인이다. 마진이 작으면 100%를 받아도 아낄 돈이 별로 없다.

1,000달러를 살 때 우대율별로 얼마가 남나

매매기준율 1,400원, 미국 달러 현찰 스프레드 1.75%(=24.5원)를 가정하고 1,000달러를 매입할 때의 실부담을 우대율별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실부담 수수료는 실제 지급 원화에서 매매기준율 환산액(140만원)을 뺀 값이다.

우대율적용 스프레드 (원)살 때 환율 (원)1,000달러 매입액 (원)실부담 수수료 (원)원금 대비 부담률 (%)
0%24.501,424.501,424,50024,5001.75
50%12.251,412.251,412,25012,2500.88
80%4.901,404.901,404,9004,9000.35
90%2.451,402.451,402,4502,4500.18
100%0.001,400.001,400,00000.00

표에서 눈여겨볼 구간은 80%와 90% 사이다. 우대율은 10%포인트 올라가는데 아끼는 돈은 2,450원, 1,000달러 환전 기준으로 커피 한 잔 값이다. 반면 0%에서 50%로 가는 첫 구간에서만 1만2,250원이 빠진다. 우대율 경쟁이 90%대에서 100%로 넘어가는 구간은 마케팅 문구의 차이일 뿐 금액 차이는 크지 않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우대율이 0%에 가까운 채널에서 큰 금액을 환전하는 것이 가장 비싸다. 500만원어치를 우대 없이 현찰로 바꾸면 스프레드만 8만7,500원이 나간다.

여행 가방 옆 트레이에 담긴 외화 동전

사자마자 되팔면 왕복 3.4%가 사라진다

환전은 편도가 아니라 왕복인 경우가 많다. 여행에서 쓰지 않고 남은 외화를 다시 원화로 바꾸면 스프레드를 두 번 문다. 같은 조건에서 1,000달러를 샀다가 환율 변동 없이 그대로 되팔았다고 가정한 왕복 손실은 이렇다.

우대율살 때 환율 (원)팔 때 환율 (원)왕복 손실 (원)매입액 대비 (%)
0%1,424.501,375.5049,0003.44
50%1,412.251,387.7524,5001.74
90%1,402.451,397.554,9000.35
100%1,400.001,400.0000.00

우대가 없으면 환율이 1원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원금의 3.44%가 사라진다. 은행이 광고하는 우대율이 '살 때'에만 적용되고 '팔 때'와 재환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표의 두 번째 열과 세 번째 열이 서로 다른 우대율로 계산된다는 뜻이다. 우대 조건을 볼 때 매입·매도·재환전 세 축을 각각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른 새벽 인적 없는 공항 환전 창구 복도

현찰 1.75%와 송금 0.97%는 다른 요율이다

같은 달러라도 지폐를 손에 쥐는 현찰 거래와 계좌로 보내는 전신환 거래는 요율이 다르다. KB국민은행 설명 기준 달러 현찰 스프레드는 1.75%, 송금(전신환)은 0.97%다. 은행이 실제 지폐를 항공으로 들여오고 금고에 보관하는 비용이 현찰 쪽에만 붙기 때문이다.

매매기준율 1,400원에 대입하면 1,000달러당 현찰은 2만4,500원, 전신환은 1만3,580원이다. 차이는 1만920원. 해외 계좌로 송금하거나 외화예금에 넣어둘 돈을 굳이 현찰로 바꿨다가 다시 입금하면 이 차액을 그냥 버리는 셈이다. 외화예금이나 환차익 비과세가 적용되는 외화예금과 ETF의 과세 차이를 따질 때도, 진입 비용이 현찰 요율인지 전신환 요율인지부터 갈라놓고 봐야 수익률 계산이 맞는다.

통화마다 우대율 상한이 다른 이유

우대율은 모든 통화에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이 공개한 외화머니박스 기준 우대율은 미국 달러 90%, 엔화와 유로 80%, 중국 위안·영국 파운드·캐나다 달러·호주 달러 등이 50%, 말레이시아 링깃·베트남 동·인도네시아 루피아·필리핀 페소 등은 20%다.

거래량이 많고 현찰 조달이 쉬운 통화일수록 우대율이 높고, 유통량이 적은 통화일수록 우대율이 낮다. 여기에 통화별 기본 스프레드까지 다르므로, 신흥국 통화는 '기본 스프레드가 크고 우대율은 낮은' 이중 부담이 걸린다. 동남아 여행 경비를 현지 통화로 국내에서 미리 다 바꾸는 것과 달러로 바꿔 현지에서 재환전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싼지는, 두 경로의 스프레드와 우대율을 각각 곱해봐야 답이 나온다.

저녁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손 클로즈업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우대율이 걸리는 축을 분리해서 확인한다 — 매입(살 때), 매도(팔 때), 재환전 세 가지가 각각 다른 우대율일 수 있다.
  •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외화현찰 매매 스프레드 공시에서 해당 통화의 기본 요율을 먼저 본다. 우대율은 이 요율에 곱해지는 값이다.
  • 현찰인지 전신환인지 확인한다. 달러 기준 1.75%와 0.97%는 1,000달러당 1만원 넘게 갈린다.
  • 우대 한도를 본다 — 1일·1회·연간 한도가 걸린 우대율은 큰 금액에서 평균 우대율이 떨어진다.
  • 90%와 100%의 차이는 1,000달러당 2,450원이다. 이 차이 때문에 조건이 까다로운 상품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인지 금액으로 환산해 판단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