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납입액은 연 900만원이고, 연금저축 계좌 하나만으로는 600만원까지만 인정된다. 900만원을 전부 연금저축에 몰아넣으면 300만원은 공제 대상에서 빠진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라면 같은 돈을 넣고도 49만5000원을 덜 돌려받는 배분이다.

두 계좌를 가르는 지점은 한도만이 아니다. 돈이 급할 때 뺄 수 있는 조건, 55세 전에 계좌를 깼을 때 물어내는 세금, 연금으로 받을 때 붙는 세율이 각각 다르다. 숫자로 정리하면 어느 계좌를 먼저 채울지가 취향이 아니라 계산의 문제가 된다.

이른 아침 서울 오피스 밀집 지역의 출근길 거리 풍경

900만원을 어떻게 나눠 넣어야 하나

국세청 연금계좌 세액공제 안내는 공제 대상 납입한도를 600만원, 퇴직연금을 포함하면 900만원으로 규정한다. 연금저축계좌 납입액은 600만원까지만 세어 주고, 여기에 퇴직연금계좌(IRP) 납입액을 더해 합계 900만원까지 인정한다는 뜻이다. IRP 쪽에는 별도의 개별 한도가 없다.

이 구조에서 손해가 나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연금저축 한 계좌에 600만원을 넘겨 넣는 경우다. 반대로 IRP에 900만원을 전부 넣으면 한도는 온전히 채워진다. 배분별로 공제 대상액과 환급액을 계산하면 이렇게 갈린다.

납입 배분 (연금저축 / IRP, 만원)공제 대상액 (만원)총급여 5,500만원 이하 환급액 (원)5,500만원 초과 환급액 (원)
900 / 060099만원79만2000원
700 / 200800132만원105만6000원
600 / 300900148만5000원118만8000원
300 / 600900148만5000원118만8000원
0 / 900900148만5000원118만8000원

표의 환급액은 공제 대상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효 공제율(16.5%·13.2%)을 곱해 계산한 값이다. 맨 윗줄과 셋째 줄의 차이가 49만5000원, 총급여 5,500만원 초과 구간에서도 39만6000원이다. 납입한 돈은 900만원으로 똑같다.

반대로 900만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배분 순서가 큰 의미가 없다. 총 납입액이 600만원 이하라면 어느 계좌에 넣든 전액이 공제 대상이다. 이때는 세금이 아니라 인출 조건이 계좌 선택의 기준이 된다.

돌려받는 금액은 총급여가 가른다

국세청 안내에 적힌 공제율은 15%와 12%다.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15%, 초과하면 12%가 적용된다. 실제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여기에 지방소득세가 얹혀 각각 16.5%, 13.2%가 된다. 농민신문도 900만원을 채운 경우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148만5000원, 초과자는 118만8000원을 돌려받는 것으로 정리했다.

경계선은 총급여 5,500만원이다. 이 선을 넘느냐에 따라 900만원 기준 환급액이 29만7000원 벌어진다. 연말 상여로 총급여가 경계 근처에서 흔들리는 사람이라면, 납입액을 조정하는 것보다 그해 총급여가 어느 쪽에 떨어지는지가 환급액을 더 크게 움직인다.

한도를 이미 채운 뒤에도 남는 항목이 하나 있다. ISA 만기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이체 금액의 10%, 최대 300만원까지 추가 공제 대상이 된다. 900만원 한도와 별개로 붙는다. 계좌를 채운 다음 그 안에서 굴릴 상품을 고르는 기준은 TDF의 빈티지와 글라이드패스, 총보수를 비교한 글에 정리해 뒀다.

저녁 부엌 식탁에서 이마를 짚고 앉은 30대 직장인

중간에 깨면 얼마를 토해내나

연금저축은 사유를 묻지 않고 인출할 수 있다. 대신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그동안 쌓인 운용수익에 기타소득세가 붙는다. 세율은 15%,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16.5%다. IRP는 문턱 자체가 다르다. 미래에셋증권 중도인출 안내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정한 사유에 해당할 때만 인출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무주택자인 가입자 본인 명의의 주택 구입, 주거 목적 전세보증금 마련, 본인·배우자·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5년 이내 개인회생 개시 결정이나 파산선고, 재난 피해가 그 사유다. 해당 사항이 없으면 계좌를 통째로 해지하는 길밖에 없다.

세율만 보면 공제받을 때 16.5%, 뱉을 때 16.5%라 본전처럼 보인다. 연 600만원씩 5년, 3,000만원을 넣고 55세 전에 해지하는 상황을 운용수익 0원으로 단순화해 검산하면 이렇게 나온다.

구분총급여 5,500만원 이하총급여 5,500만원 초과
적용 공제율 (지방세 포함)16.5%13.2%
5년 누적 환급액 (원)495만원396만원
해지 시 기타소득세 16.5% (원)495만원495만원
순손익 (원)0원-99만원

공제율이 13.2%였던 사람은 16.5%로 돌려주므로 3.3%포인트 차이가 그대로 손실이 된다. 3,000만원 기준 99만원이다. 여기에 운용수익이 났다면 그 수익에도 16.5%가 붙으므로 두 구간 모두 표의 숫자보다 나빠진다. 반대로 한도를 넘겨 넣은 초과 납입분은 애초에 공제를 받지 않았으므로 인출해도 기타소득세 대상이 아니다.

연금계좌의 세제 혜택은 감면이 아니라 이연이다. 55세 전에 꺼내는 순간 계산은 원점으로, 고소득 구간에서는 원점 아래로 돌아간다.

받을 때 세금은 나이와 1,500만원이 정한다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받으면 저율의 연금소득세로 넘어간다. 국세청 연금소득 원천징수 기준은 70세 미만 5%, 70세 이상 80세 미만 4%, 80세 이상 3%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5.5%·4.4%·3.3%가 된다. 사망일까지 받고 중도 해지가 불가능한 종신형 연금보험은 2026년 1월 1일 이후 3%가 적용된다. 수령을 늦출수록 세율이 내려가는 구조다.

단서가 하나 붙는다. 사적연금 수령액 합계가 연 1,500만원을 넘으면 이 저율 분리과세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초과하는 경우 종합과세하거나 15% 분리과세를 선택해야 한다. 수령 기간을 길게 잡아 연 수령액을 1,500만원 아래로 관리하는 설계가 여기서 나온다. 다른 금융소득이 함께 큰 경우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2,000만원 기준과 건보료 기준을 겹쳐 놓고 보는 편이 낫다.

계산기 자판을 누르는 손 클로즈업

이 계산이 틀리는 조건

위 숫자는 세 가지 전제 위에 서 있다. 첫째, 공제율 15%·12% 구간과 900만원 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 세법이 바뀌면 표의 환급액은 즉시 다시 계산해야 한다. 둘째, 납입 시점의 공제율이 수령 시점의 연금소득세율보다 높다는 것. 은퇴 후에도 사적연금이 연 1,500만원을 넘고 다른 소득이 겹친다면 이연 효과는 줄어든다. 셋째, 계좌 안에서 굴리는 상품의 성과가 총보수를 넉넉히 넘긴다는 것. 30년을 굴리는 계좌에서는 공제율 3.3%포인트보다 연 0.3%포인트의 보수 차이가 더 큰 금액으로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늦은 오후 아파트 단지 산책로를 걷는 60대 부부의 뒷모습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의 연금저축 납입액이 600만원을 넘겼는지 — 초과분은 IRP로 옮겨 넣어야 공제 대상이 된다
  • 올해 총급여가 5,500만원 경계의 어느 쪽인지 — 900만원 기준 환급액이 29만7000원 갈린다
  • IRP에서 돈을 빼야 할 사정이 법정 중도인출 사유에 해당하는지 — 아니면 전액 해지만 가능하다
  • ISA 만기 예정일 — 만기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전하면 최대 300만원이 추가 공제 대상
  • 연금 개시 예정 나이와 분할 수령 연수 — 연 수령액을 1,500만원 아래로 유지할 수 있는 구간
  • 계좌 안 상품의 총보수 — 공제율보다 오래 누적되는 비용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