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가액은 기준주가에서 최대 10%까지만 깎을 수 있다. 일반공모(30% 이내)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40% 이내)와 비교하면 할인 폭이 가장 좁다. 싸게 파는 폭이 작으니 기존 주주에게 덜 손해일 것 같지만, 셋 중 손실을 되돌릴 수단이 아예 없는 쪽이 제3자배정이다. 신주를 받을 명단에서 기존 주주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공시 화면에서 판단에 필요한 숫자는 사실상 세 개다. 발행할 신주 수, 발행가액, 그리고 배정 방식. 이 셋만 있으면 증자 후 이론주가와 희석률은 종이 위에서 계산된다. 나머지 문구는 그 숫자를 어떻게 설명할지의 문제다.

배정 방식이 셋으로 나뉘는 이유
주주배정은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신주인수권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일반공모는 불특정 다수에게 청약을 받는다. 제3자배정은 회사가 지목한 특정인에게만 신주를 준다. 벤처투자나 전략적 제휴처럼 상대가 정해진 자금 조달에 쓰인다.
제3자배정에는 문턱이 있다. 헬프미의 정리에 따르면 상법 제418조 제2항은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처럼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정관에 근거 규정이 있으면 이사회 결의로, 없으면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를 거쳐야 한다. 경영권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 발행은 무효 소송의 대상이 된다.
할인율 상한이 방식별로 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주주우선공모와 일반공모는 발행가액 할인율을 30% 이내로 제한하는 반면, 제3자배정은 10% 이내로 더 엄격하게 묶여 있다. 기존 주주가 참여할 수 없는 발행에서 값을 크게 깎으면 그 차액이 그대로 외부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 구분 | 할인율 상한 | 배정 대상 | 기존 주주 참여 | 결의 요건 |
|---|---|---|---|---|
| 주주배정 | 사실상 자율(실권주 일반공모 시 40% 이내 관행) | 기존 주주 전원 | 지분율대로 배정 | 이사회 |
| 일반공모 | 30% 이내 | 불특정 다수 | 청약 경쟁 | 이사회 |
| 제3자배정 | 10% 이내 | 회사가 지목한 특정인 | 없음 | 정관 근거 또는 주총 특별결의 |
발행가액은 어느 날 주가로 정해지나
기준주가는 종가가 아니라 가중산술평균주가로 계산한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18조는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산일로 삼아 과거 1개월간 가중산술평균주가, 1주일간 가중산술평균주가,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셋을 산술평균한 값과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중 낮은 쪽을 기준주가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숫자를 넣어보면 구조가 보인다. 1개월 평균이 11,000원, 1주일 평균이 10,400원, 최근일 평균이 10,100원인 종목이라면 셋의 산술평균은 (11,000+10,400+10,100)÷3 = 10,500원이다. 최근일 10,100원이 이보다 낮으므로 기준주가는 10,100원이 되고, 여기에 10% 할인을 적용한 9,090원이 발행가액 상한선 아래 값이 된다.
이 산식은 주가가 내려오는 국면에서 발행가를 더 낮춘다. 최근일 값이 평균보다 낮게 잡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는 국면이면 최근일 값이 산술평균보다 높아져 산술평균 쪽이 채택되고, 발행가는 최근 주가보다 낮게 굳는다. 어느 쪽이든 이사회 결의일 직전 주가 흐름이 발행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제3자배정으로 사모 발행된 신주에는 유통 제약이 붙는다. 한국거래소 KIND에 올라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공시들은 발행 신주가 주권 유통일로부터 1년간 전량 보호예수된다고 적고 있다. 배정받은 쪽이 곧바로 시장에 물량을 풀 수는 없다는 의미이자, 1년 뒤에 해제 물량이 한꺼번에 대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같은 200만주를 찍으면 주당 가치는 얼마나 줄어드나
발행주식총수 1,000만주, 주가 10,000원(시가총액 1,000억원)인 회사가 신주 200만주를 발행한다고 두자. 증자 후 주식 수는 어느 방식이든 1,200만주로 같다. 다른 것은 회사가 받아오는 돈의 크기다.
| 방식 | 발행가액(원) | 조달금액(억원) | 증자 후 이론주가(원) | 주당 가치 변화(%) | 기존 주주 회복 수단 |
|---|---|---|---|---|---|
| 제3자배정(10% 할인) | 9,000 | 180 | 9,833 | -1.67 | 없음 |
| 일반공모(30% 할인) | 7,000 | 140 | 9,500 | -5.00 | 청약 경쟁 참여 |
|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40% 할인) | 6,000 | 120 | 9,333 | -6.67 | 신주인수권 행사 |
계산은 단순하다. 증자 후 이론주가는 (기존 시가총액 + 조달금액) ÷ 증자 후 주식 수다. 제3자배정이면 (1,000억 + 180억) ÷ 1,200만주 = 9,833원, 40% 할인 주주배정이면 (1,000억 + 120억) ÷ 1,200만주 = 9,333원이 된다. 할인을 깊게 할수록 회사로 들어오는 돈이 적으니 이론주가는 더 내려간다.
표만 보면 제3자배정의 -1.67%가 가장 낫다. 그런데 주주배정 쪽에서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주주의 계산을 따라가면 결론이 뒤집힌다. 5주를 갖고 있던 주주는 20% 비율로 1주를 6,000원에 더 받는다. 투입액은 5주×10,000원 + 6,000원 = 56,000원, 보유 주식은 6주. 주당 평균 단가는 56,000÷6 = 9,333원으로 이론주가와 정확히 같다. 손익은 0이다. 청약하지 않기로 한 주주에게도 신주인수권을 시장에서 처분할 길이 열려 있다.
제3자배정 주주에게는 그 선택지가 없다. -1.67%는 작아 보이지만 그대로 확정된 손실이고, 지분율은 100%에서 83.3%(1,000만÷1,200만)로 내려앉는다. 발행 규모가 기존 주식 수의 50%로 커지면 같은 10% 할인에서도 지분율은 66.7%까지 떨어진다.
할인율이 낮은 방식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은 아니다. 참여할 권리가 없으면 희석은 되돌릴 수 없다.

같은 제3자배정이 호재와 악재로 갈리는 지점
희석은 비용이고, 그 비용으로 무엇을 샀는지가 나머지 절반이다. 공시에서 갈림길을 만드는 항목은 배정 대상자, 자금 사용 목적, 발행 규모 세 가지다.
배정 대상자가 사업상 연결고리가 있는 법인이나 모회사면 자금 외에 거래·기술이 함께 들어온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개인이나 신설 투자조합이 대상이고 최대주주와의 관계가 공시에 적히지 않는다면, 들어오는 것은 현금뿐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자금 목적도 마찬가지다. 시설투자와 타법인 취득은 자산이 남지만, 운영자금은 소진되면 그만이다.
다만 이 틀이 틀리는 경우가 있다. 채무상환 목적이라도 조달액으로 갚는 차입금의 이자비용이 크면, 늘어난 주식 수보다 순이익 개선분이 커져 주당순이익이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 발행주식총수가 줄어드는 자사주 소각과 발행주식수·EPS의 관계를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 놓은 셈이다. 반대로 전략적 투자자가 들어오는 그림이어도 납입일 연기와 정정공시가 반복되면 상대방 자금 사정을 의심할 근거가 된다. 신주 배정과 권리락 계산이 함께 걸리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의 구조와 달리, 제3자배정에는 기존 주주에게 배정되는 몫 자체가 없다는 점이 판단의 출발점이다.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발행 신주 수 ÷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 — 20%를 넘으면 희석률부터 계산한다
- 발행가액과 기준주가, 그리고 이사회 결의일 직전 주가 흐름
- 배정 대상자의 이름과 최대주주·회사와의 관계 기재 여부
- 자금 사용 목적 구분(시설·운영·채무상환·타법인 취득)과 금액 배분
- 납입일, 그리고 납입일 연기·정정공시 이력
- 보호예수 1년의 해제 시점 — 물량이 유통 가능해지는 날짜
- 미상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잔액 — 추가 희석이 예약돼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