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과 IRP를 합해 연 900만원을 납입하면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금액은 최대 148만 5000원이다.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으면 같은 900만원을 넣어도 118만 8000원으로 줄어든다. 두 계좌의 공제 한도가 600만원과 900만원으로 나뉘어 있고 공제율을 가르는 소득 기준이 소득 유형별로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한도를 채웠다는 사실만으로 환급액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 중요한 변수가 하나 남는다 — 이 환급액은 세금을 면제받은 것이 아니라 수령 시점으로 미뤄둔 것이다.

늦은 오후 서울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30대 후반 직장인

공제율 16.5%인가 13.2%인가

세액공제율은 두 단계뿐이다. 토스뱅크 안내 기준으로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16.5%, 초과하면 13.2%가 적용된다.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은 판정 기준이 되는 소득의 종류다. 근로소득만 있는 사람은 총급여로 판정하지만,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이 섞인 종합소득자는 총급여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종합소득금액으로 갈린다. 삼성증권 IRP 과세체계 안내는 이 경계를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으로 제시한다.

소득 유형판정 기준16.5% 적용 구간13.2% 적용 구간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총급여5,500만원 이하5,500만원 초과
사업·기타소득이 섞인 경우종합소득금액4,500만원 이하4,500만원 초과

총급여와 종합소득금액은 같은 숫자가 아니다. 총급여는 비과세 급여를 뺀 연간 급여 총액이고, 종합소득금액은 여기서 근로소득공제를 차감한 뒤의 금액이다. 급여가 5500만원을 살짝 넘는 근로자가 "나는 4500만원 이하니까 16.5%"로 계산하면 33만원 가까이 빗나간다. 총급여 5500만원 구간에서 900만원을 채운 경우 공제율 3.3%포인트 차이가 곧 29만 7000원이다.

한도가 600만원과 900만원, 두 개인 이유

연금저축 단독 한도는 600만원, IRP 단독 한도는 900만원이며 두 계좌를 함께 쓰더라도 합산 공제 한도는 900만원을 넘지 못한다. 즉 900만원을 채우는 조합은 여러 가지지만 공제액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조합을 나누는 기준은 세금이 아니라 계좌의 제약이다. KB국민은행 정리에 따르면 IRP는 소득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고 납입액의 70%까지만 위험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 중도인출은 주택 구입, 전세금 부담, 장기 요양 등 법에 정해진 사유에만 열린다. 연금저축은 가입 제한이 없고 위험자산 비중 제약도 없다.

구분연금저축IRP
단독 세액공제 한도 (만원)600900
합산 한도 (만원)900
가입 자격제한 없음소득 있는 사람
위험자산 한도 (%)제한 없음70
중도인출비교적 자유법정 사유만

연금저축에 600만원을 먼저 채우고 남은 300만원을 IRP에 넣는 배분이 흔히 쓰이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공제액은 같은데 인출이 막히는 금액을 300만원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900만원 전액을 IRP에 넣으면 30%인 270만원은 예금·채권형 등 보장성 상품에 묶인다.

148만원을 받아도 손에 남는 건 99만원

세액공제는 면세가 아니라 과세 이연이다. 공제를 받은 납입원금과 운용수익은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낸다. 삼성증권 안내 기준 연금소득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55~69세 5.5%, 70~79세 4.4%, 80세 이후 3.3%다. 그래서 실제로 남는 돈은 즉시 받는 환급액에서 훗날 낼 연금소득세를 뺀 값이다. 아래 표는 900만원을 납입한 경우를 공제율과 수령 연령대별로 직접 계산한 것이다. 운용수익 부분의 세금은 수익률 가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제외하고, 납입원금 900만원에 대한 세금만 반영했다.

항목총급여 5,500만원 이하총급여 5,500만원 초과
공제율 (%)16.513.2
900만원 납입 시 환급액 (원)1,485,0001,188,000
55~69세 수령 시 연금소득세 5.5% (원)495,000495,000
순 절세액 (원)990,000693,000
납입액 대비 순 절세율 (%)11.07.7
80세 이후 수령 시 연금소득세 3.3% (원)297,000297,000
이 경우 순 절세액 (원)1,188,000891,000
이 경우 순 절세율 (%)13.29.9

표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16.5% 구간에서 55세부터 받기 시작하면 순 절세율은 11.0%로 내려간다.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16.5% 돌려받는다"는 숫자와 5.5%포인트 차이가 난다. 둘째, 13.2% 구간에서 일찍 받기 시작하면 순 절세율이 7.7%까지 떨어진다. 그럼에도 이 계산이 여전히 유리하게 남는 근본 이유는 세율 차이가 아니라 시점 차이다. 환급은 다음해 2월에 현금으로 들어오고 세금은 20~30년 뒤에 나가므로, 그 기간 동안 원금이 계좌 안에서 과세 없이 재투자된다.

세액공제는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시점을 뒤로 미뤄주는 제도다. 남는 이득의 크기는 공제율이 아니라 미룬 기간이 정한다.

책상 위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카드 지갑과 도장, 인주

과세가 미뤄지는 대상은 납입원금만이 아니다. 계좌 안에서 발생한 배당·이자·매매차익도 인출 전까지 과세되지 않는다. 일반 계좌라면 배당·이자에 15.4%가 매년 원천징수되지만, 연금계좌에서는 그 금액까지 그대로 재투자된다. 퇴직금을 IRP로 옮긴 경우에는 이연퇴직소득에 대해 연금 수령 시 퇴직소득세의 30%가, 수령 11년차부터는 40%가 감면된다. 퇴직급여 자체의 세금 구조는 근속연수가 퇴직소득세를 어떻게 가르는지 계산한 글에서 따로 다뤘다.

중도해지하면 환급액이 거의 그대로 회수된다

연금 외의 형태로 돈을 빼면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에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된다. 이 숫자가 16.5%라는 점이 중요하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구간에서 받은 공제율과 정확히 같기 때문에, 900만원을 넣고 148만 5000원을 환급받은 뒤 해지하면 148만 5000원이 그대로 나간다. 운용수익에도 같은 세율이 붙으므로 수익이 났다면 순손실이다.

구분16.5% 공제 구간13.2% 공제 구간
900만원 납입 시 받은 환급액 (원)1,485,0001,188,000
중도해지 시 원금분 기타소득세 16.5% (원)1,485,0001,485,000
원금 기준 손익 (원)0-297,000

13.2% 구간에서는 공제받은 것보다 더 많이 토해내는 구조가 된다. 13.2%로 공제를 받았지만 해지 과세는 16.5%로 일률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필요한 자금을 넣기 전에 확인해야 하는 지점이며, 5년 이상 묶기 어려운 돈이라면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길 때 전환액의 10%(300만원 한도)를 추가 공제받는 ISA 계좌 유형별 제약을 먼저 비교해보는 편이 실용적이다.

식탁에서 계산기 자판을 누르는 손 클로즈업

연 1500만원 선을 넘으면 계산이 달라진다

연금소득세 3.3~5.5%는 무조건 적용되는 세율이 아니다. 한 해에 받는 사적연금 합계가 1500만원 이하일 때만 이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되고, 초과하면 전액에 대해 종합과세와 16.5% 분리과세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 사적연금은 연금저축과 IRP의 세액공제분·운용수익을 합한 금액이며 국민연금과 이연퇴직소득은 별도 계산이다.

월 125만원이 이 경계선이다. 900만원씩 20년을 납입하면 원금만 1억 8000만원이므로, 10년 확정 수령을 택하면 원금 기준으로도 연 1800만원이 되어 경계를 넘는다. 같은 재원을 20년으로 늘려 받으면 연 900만원대로 내려온다. 납입 단계에서 정해지는 것은 공제액이지만, 실제 세율은 수령 단계에서 몇 년에 걸쳐 나누는지가 정한다.

저녁 무렵 서울 주거지의 아파트 단지 외경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 판정 소득 확인 — 원천징수영수증의 총급여를 5500만원과 대조하고, 사업소득이 있으면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으로 다시 확인한다
  • 납입 마감일 — 공제는 실제 입금일 기준이며 12월 31일까지 계좌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 인출 제약 배분 — 900만원 중 IRP 비중이 클수록 법정 사유 없이는 빼지 못하는 금액이 늘어난다
  • IRP 위험자산 70% 한도 — 한도를 넘기는 매수 주문은 체결되지 않으므로 연말 납입 시 잔여 한도를 먼저 본다
  • 수령 기간 설계 — 연 수령액이 1500만원을 넘는지 계산해두고, 넘으면 수령 연수를 늘려 경계 아래로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한다
  • 해지 세율 16.5% — 공제율이 13.2%인 구간이라면 해지 시 순손실 구조라는 점을 납입 전에 반영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