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와 공매도 전면 금지에는 자동 발동선이 없다. 지수가 몇 % 빠지면 켜진다는 기준이 법에 정해져 있지 않고, 두 조치 모두 금융위원회의 재량 판단으로 시행돼 왔다. 그래서 "언제 나오나"를 지수 수준으로 계산하려는 시도는 대개 빗나간다. 남는 방법은 과거 네 차례의 판단 근거와 기간을 숫자로 정리해두고, 그 조건이 지금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규모부터 보면 7월 28일 코스피는 732.09포인트(10.84%) 내린 6,023.66으로 마감했다. 지수 기준 역대 네 번째 일간 하락률이고, 같은 날 외국인이 4조9,900억원, 기관이 6,33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4조3,300억원을 순매수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7월 한 달 낙폭은 28.9%로 1990년 이후 최대 월간 하락폭이며, 6월 19일 고점 대비로는 33.5%다(한국경제). 코스닥도 7.72% 내린 705.85로 마감해 2025년 4월 16일 이후 처음 700선을 밑돌았다.

증안펀드는 지금까지 네 번 만들어졌다
증안펀드는 정부 예산이 아니다. 은행·증권·보험사와 거래소·예탁결제원 같은 증권 유관기관이 민법상 조합 형태로 자금을 모아 상장주식을 사는 구조다. 출자 협의가 끝나야 규모가 확정되기 때문에 "가동 검토"라는 말이 나온 시점과 "조성 완료"가 발표되는 시점 사이에는 늘 시차가 있다. 조성됐다고 곧 집행되는 것도 아니다.
| 시기 | 조성 규모(원) | 배경 | 결말 |
|---|---|---|---|
| 1990년(증안기금) | 4조8,500억 | 증시 폭락 | 1996년 8월 해산 |
| 2003년(1차) | 4,000억 | 카드채 부실 | 1년 내 회복 |
| 2008년(2차) | 5,150억 | 글로벌 금융위기 | 2009년 초 반등 |
| 2020년 3월(3차) | 10조7,000억 | 코로나19 | 집행 없이 종료 |
2020년 3차 펀드는 국책은행 등 금융회사 10조원과 증권 유관기관 약 7,000억원으로 짜였고,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실제 매수 집행에는 이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장은 반응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따르면 조성 방침이 나온 직후 코스피는 3월 24일 8.6%, 이튿날 5.89% 올랐다.
규모의 감각은 하루 수급과 비교하면 잡힌다. 10조7,000억원은 7월 28일 하루 외국인 순매도액 4조9,900억원의 약 2.1배다. 역대 최대 증안펀드를 전액 투입해도 지금 같은 흐름에서는 이틀 남짓의 외국인 매도 물량에 맞서는 크기라는 뜻이다. 자금의 절대 규모보다 "당국이 개입한다"는 신호가 심리에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신호만 반복되고 집행이 따라오지 않으면 효과가 빠르게 소모된다.
공매도 전면 금지, 발동 기준은 무엇인가
기준선은 없다. 2000년대 이후 전면 금지는 네 차례 있었고 그중 세 번은 위기 국면의 시장 안정 목적, 한 번은 성격이 달랐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2008·2011·2020년 조치가 위기 진정에 초점이 있었던 반면 2023년 11월 조치는 무차입 공매도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이 목적이었다고 정리한다(자본시장연구원). 목적이 다르면 해제 조건도 달라진다 — 위기 대응형은 시장이 안정되면 풀리고, 제도 개선형은 시스템이 갖춰져야 풀린다.
시행일과 해제일로 기간을 직접 계산하면 이렇게 나온다.
| 차례 | 시행일 | 해제일 | 기간(일) | 기간(개월) | 목적 |
|---|---|---|---|---|---|
| 1차 | 2008-10-01 | 2009-05-31 | 243 | 8.0 |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
| 2차 | 2011-08-10 | 2011-11-09 | 92 | 3.0 | 유럽 재정위기 대응 |
| 3차 | 2020-03-16 | 2021-05-02 | 413 | 13.6 | 코로나19 대응 |
| 4차 | 2023-11-06 | 2025-03-30 | 511 | 16.8 | 무차입 공매도 제도 개선 |
| 합계 | — | — | 1,259 | 41.4 | — |
개월 수는 일수를 30.44로 나눈 값이다. 1차 시행일인 2008년 10월 1일부터 4차 해제일인 2025년 3월 30일까지는 6,024일이고, 그중 1,259일이 전면 금지 기간이었다. 비율로 20.9%다. 한국 시장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는 예외적 비상조치라기보다 5일 중 1일꼴로 켜져 있던 상태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4차 금지 시행일 기준은 2023년 11월 6일로, 시행 첫날부터 상장주식 전 종목에 적용됐다(뉴스핌).

금지 기간에 지수는 올랐나
여기가 판단이 갈리는 지점이다. 4차 금지 기간(2023년 11월 6일~2025년 3월 30일) 동안 코스피는 11.35% 올랐다. 상승했다는 사실만 보면 금지가 효과를 냈다고 읽을 수 있지만, 17개월이라는 기간을 감안하면 같은 기간 글로벌 지수 상승폭과 비교해야 의미가 생긴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신용거래와 마찬가지로 가격 중립적 거래 수단이며, 금지 기간의 성과가 공매도 제한이 주가를 밀어올린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해제 직후의 움직임도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 2008년 조치 해제 뒤 1개월간 코스피는 0.4% 하락했지만 3개월로 보면 14.0% 올랐고, 2011년 해제 당일에는 4.94%까지 밀렸다가 3개월 뒤 10%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해제가 곧 하락, 금지가 곧 상승이라는 단순 대응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지가 실제로 바꾸는 것은 방향보다 변동성의 한쪽 축이다. 지금처럼 개인의 공포 매도와 레버리지 상품 리밸런싱 매도가 겹친 국면에서는 매도 압력 한 축이 빠지는 효과가 장중 낙폭을 줄이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다.
발동 기준이 없다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어느 지수대에서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국면에서 거론되는 네 가지 카드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네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돼도 과도한 공포는 빠르게 진정될 수 있다고 봤다. ① 외국인 순매수 전환 ②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잔고 축소 ③ 공매도 한시적 금지 ④ 증시안정펀드 가동 의지 표명이다. 외국인 수급은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이 급격히 낮아진 만큼 패시브 리밸런싱 차원의 복귀 여부가 관찰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카드에는 숫자가 붙어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들어간 자금이 약 20조원이고 정부가 언급한 목표선은 5조원 이하다. 목표까지 줄어들려면 잔고가 75% 감소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잔고 축소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세 번째 카드(공매도 한시 금지)를 그 사이의 현실적 대안으로 꼽는 논리의 근거가 된다. 이 상품의 구조적 손실 요인은 레버리지 ETF의 음의 복리 구조에서 따로 정리했다.
당국의 위치는 아직 보완대책 쪽에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 확대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추가 보완조치를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기본예탁금 상향의 효과를 점검한 뒤 사전 모의거래·투자 경험 요건·개인별 투자 한도 등을 검토 대상으로 언급했다(전자신문). 상장폐지나 배율 축소 같은 상품 자체에 손대는 조치, 그리고 증안펀드·공매도 금지 같은 시장 차원 조치는 아직 공식 검토 단계로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발동 여부를 미리 알 방법은 없지만, 발동에 앞서 움직이는 지표는 정해져 있다. 아래 항목은 지수 자체보다 선행하거나 동시에 바뀌는 값들이다.
- 외국인 일간 순매도 규모 — 7월 28일 4조9,900억원이 기준점. 이 규모가 며칠 더 이어지는지, 순매수로 돌아서는지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 — 약 20조원에서 정부 언급 목표선 5조원까지의 거리
-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발동 빈도 — 발동 조건과 단계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 차이에 정리해뒀다
- 공매도 잔고 비중 — 종목별 잔고는 공매도 잔고 확인 방법으로 직접 조회 가능
- 금융위·금감원 발언의 단어 변화 — "점검"에서 "검토", "준비"로 옮겨가는지. 증안펀드는 출자 협의가 선행되므로 은행권 출자 논의 보도가 사실상의 선행 신호다
위 정리가 틀리는 조건도 분명하다. 첫째, 과거 네 차례 모두 발동 근거가 재량이었기 때문에 지표가 같은 수준이어도 정책 판단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진다. 둘째, 이번 낙폭의 원인이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 지속성이라는 실적 변수에 있다면, 수급 대책은 변동성만 줄이고 방향은 바꾸지 못한다. 셋째, 2020년처럼 대규모 통화·재정 완화가 동시에 얹히지 않으면 조성 발표만으로 지수가 8% 반등했던 사례는 재현되지 않는다.
